노영민(사진) 청와대 비서실장이 4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8·15 광화문 집회와 관련해 “집회 주동자들은 도둑놈이 아니고 살인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이 ‘재인산성’을 쌓아 국민을 코로나19 소굴에 밀어 넣었다”고 공격하자 여기에 응수하며 나온 발언이다.
노 실장은 격한 어조로 “이 집회로 인해 확진자만 600명 넘게 나왔고 7명이 사망했다. 불법 집회에 참석한 사람을 옹호하는 것이냐”고 항변했다. 김태년 운영위원장이 “그만 하시라”며 중재에 나섰지만 노 실장은 “한 말씀만 드리겠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여야 의원들까지 고함과 삿대질에 가세하며 회의는 한때 정회하는 소동을 빚었다.
여야는 국감 시작부터 4·7 재보선에 민주당이 후보를 공천키로 한 것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대단히 자랑했던 혁신안을 이낙연 대표가 하루 만에 폐기했다”며 “문 대통령은 ‘선택적 침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입진보’라는 비아냥을 듣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 의원이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는 게 맞느냐’고 노 실장에게 묻자 민주당 의원들은 “그런 질문은 당대표에게 하라”며 언성을 높였다. 문정복 의원은 “국감에서 대통령에 대해 모욕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의원으로서 맞는 자세냐”며 따졌다. 이소영 의원도 “당헌 개정을 왜 청와대가 답변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노 실장은 “대통령께선 정당 내부의 활동과 결정, 특히 선거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의 임기를 보장했다는 윤 총장 발언의 진위도 쟁점이 됐다. 앞서 윤 총장은 대검찰청 국감에서 “대통령께서 임기를 다 하라는 뜻을 메신저를 통해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이 같은 사실이 있었는지 물었지만 노 실장은 거듭 “인사와 관련된 사안은 말씀드릴 수 없다”며 함구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 본인 스스로도 야권의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 자체가 곤혹스럽고 민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정부가 ‘내로남불’로 일관하며 공정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지적에 노 실장은 “역대 정부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한 국정 운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부동산 정책의 효과는 언제 나타나느냐’고 몰아세우자, 노 실장은 “서울 강남 4구는 13주째 매매가격이 보합상태”라며 “올해 전세 거래량도 지난해보다 30% 늘었다”고 강변했다. 공시지가 과표 90% 현실화 논란에 대해선 “2030년에 가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한편 미국 대선이 치러진 이날 향후 한·미, 북·미 관계에 대한 질의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과는 이제껏 많은 논의를 해와 공조의 기반이 있다”며 “새로운 상황이 온다 해도 그 이전에 민주당 정부와 해왔던 것들이 있어 변함 없이 미국과 소통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현 양민철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