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뚫린 ‘노크 귀순’ 그 부대… 이번엔 철책 ‘첨단 센서’ 안울렸다

입력 2020-11-05 04:02
강원도 고성 최전방 동부전선에 투입됐던 병력들이 4일 상황 종료 후 철수하고 있다. 군은 북한 남성 1명이 철책을 넘어와 대침투 경계령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해 차단 작전을 펼쳤고 14시간이 지나서야 신병을 확보했다. 연합뉴스

북한 남성 1명이 4일 강원도 고성 최전방 동부전선 철책을 넘어와 우리 군이 신병을 확보했다. 이 남성은 군사분계선(MDL)과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어 월남했다가 14시간여만에 군에 발견됐다.

이 남성이 강원도 동부전선의 군사분계선(MDL) 철책을 넘는 동안 경계감시 강화를 위해 최전방 전 지역에 설치된 ‘첨단 센서’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지역을 포함한 모든 GOP(일반전초)엔 사람이나 동물이 철책에 닿으면 경보가 울려 5분대기조가 즉각 출동하지만 이 센서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또 군은 해당 남성이 월남하기 하루 전 이미 이상 징후를 실시간 확인해 첨단 경계감시 장비를 총동원하고도 철책을 넘은 지 14시간이 지나서야 신병을 확보했다.

합동참모본부는 “군이 강원도 동부지역 전방에서 감시장비에 포착된 미상 인원 1명을 추적해 오전 9시50분쯤 신병을 확보했다”며 “남하 과정 및 귀순 여부 등 세부 사항에 대해 관계기관 공조 하에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철책 훼손이나 절단은 없었고, 윤형철조망 일부가 눌린 흔적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군은 지난 2일 오후 10시14분과 10시22분 2차례 동부전선에서 남쪽으로 향하는 인원을 열상감시장비(TOD)를 통해 포착했다. 이후에 이 남성은 포착되지 않았다. 지형에 따른 사각지대 때문이라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군은 상황 발생 직후 대침투 경계령인 ‘진돗개 둘’을 발령한 뒤 ‘진돗개 하나’로 격상해 차단작전을 펼쳤다. 합참 관계자는 “TOD 포착 이후 관측이 불가능했고, 다양한 상황에 대비해 DMZ 수색, 비상주 GP 병력 투입, 기동 TOD 운용 등 경계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3일 오후 7시25분쯤 군의 TOD에 이 남성이 GOP 철책을 넘는 모습이 또 다시 포착됐다. 우리 장비에 다시 포착된 것은 약 21시간만이다. 그동안 어떤 장비로도 이 남성을 포착하지 못한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동부전선의 경우 겨울이지만 아직 수풀이 우거진 상태고, 지형에 따라 사각지대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지역은 가파른 경사지라 투입 병력이 도달했지만 즉각 신병 확보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4일 오전 강원도 고성 남강 하천 인근 숲이 우거진 민통선 이북 지역에서 기동수색팀에 의해 발견됐다. 위치상으로는 남측 GOP로부터 1.5㎞ 남쪽 지점으로, 민가 주변은 아니었다고 군은 설명했다. 합참은 해당 경계부대에 전비태세검열단을 보내 경계 및 감시태세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북한 주민이 월남한 것은 지난해 7월 북한군 1명이 임진강을 통해 귀순한 지 1년3개월 만이다. 이 남성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비무장 상태였으며 민간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부대는 2012년 10월 북한군 병사 1명이 우리 측 GOP 생활관 창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밝혔던 ‘노크 귀순’이 일어났던 부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노크 귀순 때는 북한 병사가 월책할 때 우리 군이 인지하지 못했지만 이번 건은 연계된 작전을 수행한 것”이라며 “노크 귀순과 유사한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