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와 재계 수장들, 정치권 고위 인사 등 한국 사회의 주류들이 4일 하루 코로나19에 떨어야 했다. 지난달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조문했을 때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탓이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참석했다가 도중에 나와 서울 마포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역시 국회에 출석했다가 황급히 검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역시 검사 이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들은 모두 지난달 26일 이 회장 빈소를 찾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지난달 26일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층 로비, 출입구 야외 취재진·방문자는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검사를 받아 달라’는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이 회장 빈소에서 취재를 해온 기자가 이튿날 증상이 발현했고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장례식장 방문객이 불특정 다수라 추가 접촉자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재난문자로 상황을 알린 것이다. 이 회장이 한국 재계의 거목인 만큼 당일 장례식장 방문객은 국무위원을 포함해 1000여명으로 파악된다.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이재현 CJ 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등 당일 조문했던 총수들과 함께 방문했던 임직원들은 이날 대부분 검사를 받고 자택격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조문했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도 검사를 받고 일정을 취소했다.
정세균 총리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김태년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주호영 원내대표 등도 지난달 26일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검사를 받았고 김종인 비대위원장, 박병석 국회의장은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조문객을 맞은 삼성은 방역 당국의 코로나19 검사 안내로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삼성은 발인 전날인 지난달 28일 빈소에서 안내를 맡았던 임·직원들이 검사를 받았으며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방역 당국은 단순히 같은 시간대에 장례식장을 방문한 경우는 밀접접촉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세종=신준섭 기자, 강주화 김영선 최예슬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