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투표 결과가 나오기 시작한 4일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초접전을 벌이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채 상황을 면밀히 지켜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다”고 했지만 아직 개표 결과가 나오지 않은 지역 판세 등을 분석하는 등 신중을 기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대선 직후 미국을 방문하는 일정을 최종 조율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별도의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참모들로부터 미 개표 상황에 대해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선 결과가 나오면 입장을 낼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청와대는 5일 NSC 상임위 회의에서 향후 대응계획을 점검할 예정이다.
청와대가 미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느냐,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미국 등 국제사회에 ‘종전선언’을 제안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대북 접근법이 전혀 다른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관련 논의가 달라질 수 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미국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어떤 정부와도 한·미동맹의 긴밀한 협력하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오래 경색된 만큼 한반도 평화로 나가는 일을 늦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 실장은 미 대선 결과에 대비하기 위해 국감 도중 청와대로 복귀했다.
앞서 정부는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와 사전투표 결과 등을 토대로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에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이런 분석을 염두에 둔 듯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이수혁 주미대사가 (바이든 측 인사인) 토니 블링컨(전 국무부 부장관)과 잘 소통하고 있다. 내게 보고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2016년 대선 경험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역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던 정부는 실제 트럼프의 막판 강세를 확인하자 우편투표나 지역별 개표율 등 남은 경우의 수를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뒷심을 발휘하고 있지만 이 뒷심이 최종 결과를 뒤집을 정도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폈다.
정부는 최종 승자 확정에 시간이 걸릴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축전과 청와대 공식입장도 승패 확정 이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북한의 특이 동향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정부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도 여전히 주시하고 있다.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방미를 계획했던 강 장관은 오는 8~10일 방문 일정을 미측과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에 가게 되면 강 장관은 9일 워싱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회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동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미국을 찾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영선 임성수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