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는 무섭고 부동산개미는 우습나… 뒤죽박죽 세금정책

입력 2020-11-05 00:08

정부가 부동산과 주식 과세 정책의 일관성을 잃으면서 ‘동학개미’와 ‘부동산 투자자’를 갈라치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부동산과 금융 세제 정상화를 약속했지만 주식은 개인투자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반면, 부동산 세제는 가혹하게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지난 3일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올리고, 대주주 양도세 3억원 하향 조정은 유예한다고 밝혔다. 두 사안은 모두 국정과제 차원에서 3년 전 추진이 결정됐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2017년 11월 출범한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원회의 개선 권고안 중 하나다.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공시가격을 조정해 부동산 세금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로드맵을 세워 올해 11월 최종안을 확정했다.

대주주 양도세 확대도 동일하다. 정부는 금융 세제 정상화를 위해 2017년 8월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2018~2021년에 걸쳐 25억원에서 3억원까지 낮추기로 했다. 올해 10억원 기준은 내년 4월부터 3억원으로 조정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정청은 두 사안 중 공시가격 현실화만 계획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대주주 양도세는 추진 과정에서 변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6월 2023년 주식 양도세 전면 도입을 발표했기 때문에 대주주 양도세는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개인투자자의 주문에 적극 귀 기울였다. 주식 양도차익을 2000만원까지 공제키로 한 것도 반발이 심하자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대주주 과세 기준 역시 원위치됐다.

반면, 부동산 정책의 경우 냉정했다. 변수를 고려하면 금융 세제보다 오히려 공시가격 현실화 문제가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시가격은 보유세, 건보료 등 각종 과세의 기준이 되는데 2017년 현실화를 발표했을 때와 달리 부동산 세금은 여러 차례 직접적인 세율 인상 등으로 부담이 커졌다.

정부는 무려 23번의 부동산 대책을 통해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6.0%까지 올렸고, 다주택자의 양도세·취득세도 대폭 강화했다. 임대차 3법의 영향으로 최근 전세가와 매매가가 모두 급등하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뛴 집값에 의해 사실상 증세가 된 상황에서 공시가격 현실화를 그대로 적용하면 서민도 세금폭탄의 영향에서 예외될 수 없다.

야당 관계자는 “3년 동안 각종 세율을 다 올렸는데 공시가격까지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 변수를 탓하려면 대주주 양도세가 아니라 공시가격을 유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투자는 투기로 몰아붙이고 주식 투자는 한국 금융시장의 선진화로 떠받드는 정부의 이분법적 시각이 문제라는 목소리도 높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정히 집행돼야 할 부동산과 주식 과세가 정치적 목적과 표심(票心)만 고려해 앞뒤가 안 맞는 결정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전슬기 신재희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