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현실화… 서울 평균값도 안되는 고가주택 기준은 유지?

입력 2020-11-05 04:04

정부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에 영향을 미치는 공시가격을 현실화한다고 하면서 각종 세제상 기준이 되는 고가주택 9억원 기준은 유지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고가주택 기준은 종부세 부과의 기준이자 양도소득세 감면 기준 성격을 띤다.

이미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9억원인 고가주택 기준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 정부가 증세 효과를 내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밀어붙이면서 세수 감소가 발생할 수 있는 고가주택 기준 현실화는 손을 놓는 게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4일 “현재로서는 고가주택 기준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소득세법 시행령 156조에는 고가주택의 범위를 ‘주택 및 토지의 양도 당시 실거래 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이 기준에 따라 양도소득세도 1가구 1주택의 경우 실거래가에서 9억원을 뺀 금액까지는 감면해준다. 고가주택 아닌 주택에 대한 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다.

문제는 고가주택의 기준이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가주택 9억원 규정이 법령에 들어간 것은 2008년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10억312만원으로, 약 12년 전인 2008년 12월(5억2529만원)보다 2배 가까이 뛰었다. 전체 주택 가격이 상승한 상황에서 고가주택 기준이 유지되면 양도세 감면 혜택은 줄고 종부세 납부 대상은 늘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 정부 들어 주택 가격에 따라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서는 주택 가격의 20%까지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도 더 어려워진다.

게다가 과세에 있어서 9억원 기준이 세목에 따라 제각각 사용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양도세 공제나 대출 규제에 대해서는 실거래가 기준 9억원이 기준이다. 하지만 종부세법 8조에 종부세는 주택과 토지의 공시가격 합계액이 9억원을 초과하는 분에 대해 과세하도록 규정해 사실상 공시가격이 기준이 된다. 이 때문에 종부세 납부 대상은 실제 시세로는 9억원보다 더 높아지는 효과가 있지만 고가주택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추진하면서 시세를 기준으로 9억원 이상 주택의 현실화율 속도를 9억원 미만 주택보다 더 높게 했다. 공시가격 현실화가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올린다는 측면에서 불가피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공시가격 상승 주택이 더 많아져 증세 효과가 더 크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정부가 증세를 목표로 공시가격을 현실화한 게 아니라면 고가주택의 기준 역시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뿐 아니라 지방의 고가주택 실태만 봐도 현재 기준은 비현실적”이라며 “고가주택 기준을 현실에 맞게 12억~15억원 정도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