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변호인단 꾸리고, 바이든 정권 인수 준비… 장기전 태세

입력 2020-11-04 23:16
인종차별 시위가 격렬했던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대선 투표일인 3일(현지시간) 밤 트럼프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대선 개표 상황이 완료되지 않은 격전주에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편투표 개표 때문에 역대 가장 긴 개표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각각 승리를 지키기 위해 법적 다툼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진영은 이미 장기전에 돌입할 만반의 태세를 갖췄다. 트럼프 재선 캠프는 대선 관련 소송전에 대비해 변호인단 1000명을 꾸리는 데 3000만 달러(약 340억원)를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후보 측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우편투표와 사전 현장투표가 대선 당일 이후 선거 결과에 반영될 경우 조작 가능성을 거론하며 소송전을 개시할 준비를 마친 것이다.

특히 우편투표 개표 결과가 승부를 뒤집는다면 법적 다툼이 벌어질 것은 확실해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송전을 위한 첫걸음으로 사실상 승리를 선언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가 대승을 거뒀지만 저들(민주당)은 선거를 훔치려 한다”며 “절대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표소가 문을 닫은 뒤에는 표를 던질 수 없다. 모든 투표를 중단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재선 캠프는 이날 저녁 지지자 400여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선거 파티를 개최할 예정이다.

바이든 캠프도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에 대비해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캠프의 젠 오말리 딜런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제대로 된 개표를 막기 위해 법정에 가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법률팀이 대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딜런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 중단을 요구한 데 대해 “미국 시민들의 민주적 권리를 빼앗으려는 노골적인 시도”라면서 “터무니없고 전례가 없으며 옳지 않다”고 비난했다. 이어 “적법하게 행사된 모든 표가 집계될 때까지 개표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방송사들이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발표될 경우 바이든 캠프는 지체없이 정권 인수 작업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송전 등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움직임과 관계없이 고위 참모 인선 발표 등 당선인으로서 활동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개표 부정 의혹이 확산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고 혼란을 막기 위해 ‘대통령처럼 보이기 위한’ 계획에 나선다는 의미라고 악시오스는 분석했다.

바이든 캠프는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구성 작업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비벡 머피 전 미 의무위생국장, 데이비드 케슬러 전 식품의약국(FDA) 국장, 전염병 전문가인 셀린 가운더 뉴욕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구체적인 코로나19 TF 명단을 제시하며 “이들 상당수가 이미 수개월 전부터 바이든 캠프와 협력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형민 임세정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