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파업, 죄송해요’ 문자에 맞벌이 “시댁 어게인” 멘붕

입력 2020-11-05 00:02
4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와 전국요양서비스노조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돌봄노동자 처우개선 방안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학교 돌봄전담사들이 처우개선과 돌봄사업 지방자치단체 이관 반대를 주장하며 오는 6일 파업을 예고해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학부모들의 당혹감이 커지고 있다. 돌봄교실은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오후 늦게까지 아이를 돌봐줘 맞벌이 부부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 서비스임에도 교육 당국이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충남 당진에 사는 ‘워킹맘’ 서모(40)씨는 4일 출근길에 초등 2학년인 딸이 다니는 학교로부터 돌봄교실을 부득이하게 운영하지 못하게 됐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서씨는 급히 연차휴가를 내려 했지만 동료 직원 3명이 동시에 휴가를 내겠다고 말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서씨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남편도 현장직이라 갑자기 연차나 반차를 내기 어렵다”며 “시댁 눈치가 보이지만 신세를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30대 워킹맘 박모씨도 이틀 앞으로 다가온 돌봄전담사 파업 때 아이 맡길 곳을 구하느라 하루종일 진땀을 뺐다. 박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장사도 안돼 너무 힘든데 꼭 이런 때 파업을 해서 자영업자들 힘들게 해야 하느냐”며 “취지는 이해하지만 야속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결국 큰아이와 작은아이를 각각 친구집에 따로 맡기기로 했다.

돌봄전담사의 요구는 현재 하루 4시간 안팎인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늘리는 것과 돌봄사업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내용의 ‘온종일돌봄법’(온종일 돌봄체계 운영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철회다. 초등 돌봄교실 비정규직 노동자로 구성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는 “코로나19 이후 공적 돌봄의 역할이 커졌다”면서 “돌봄은 반드시 대면 서비스가 돼야 하지만 노동환경과 고용안정성이 여전히 취약하다”고 주장한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학비노조) 관계자도 “돌봄업무가 학교 밖으로 밀려날 경우 민영화될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전국 2200여개 학교에서 근무하는 돌봄전담사 1만3000여명 중 절반 수준인 6000명 이상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교육부는 돌봄 대란을 막기 위해 지난 3일 노조와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시·도교육청이 참여하는 ‘초등돌봄 운영개선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노조가 협의체 구성에는 참여하지만 파업을 물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난감한 상황이다. 여기에 교원단체마저 파업 시 대체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어 해법 마련은 더 요원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현행법상 대체근로는 위법”이라면서 “교사들은 (대체근로를) 단호하게 반대하고 거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업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교육 당국도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분위기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학교별로 파업을 안내하고 아이들이 학내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게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협상이 타결돼 협의체에서 노조의 요구사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아직 있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세종=이도경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