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주둔비, 바이든은 기후문제… 어느쪽도 달갑지 않은 日

입력 2020-11-05 00:02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9시 관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도 미국 대선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둘 중 어떤 후보가 이기더라도 일본으로서는 부담스러운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마이니치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미·일 관계에 큰 변화 없이 안정성과 정책 지속성이 보장된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주일미군 주둔비의 근거가 되는 미·일 특별협정이 다음 해 3월에 만료되는 만큼 주둔비 인상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기후위기 대응 등을 중점으로 한 정책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관측했다. 신문은 특히 전기자동차(EV) 개발이 타국보다 뒤처진 일본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미국 내 일본 자동차 판매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 이 같은 문제를 염두에 두고 바이든 당선 시나리오에 대비해 환경성을 중심으로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 권력의 변화도 일본엔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은 이번 대선에서 상원의원 100명 중 35명과 하원의원 435명 전원을 새로 선출한다.

산케이신문은 연방의회 선거 결과를 조합한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블루웨이브’ 현상이 벌어질 경우 정책이 극적으로 전환돼 일본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고 공화당이 상원의 과반을 유지한다면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게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당이 하원 과반을 차지한다면 여야 대립이 심화돼 코로나19 부양책 등이 지연되며 경기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정부가 미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다방면으로 대책을 준비하는 이유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아베 전 총리는 2016년 미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예상해 트럼프와의 접점을 거의 만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어느 쪽이 당선되더라도 미·일 관계의 우호관계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지난달 29일 자신이 속한 자민당 다케시타파 모임에서 “어느 쪽이 이기더라도 ‘미국 제일주의’의 흐름은 바뀌지 않는다”면서 “세계는 국제 무역이나 인도·태평양 지역의 질서 만들기를 위한 미국의 헌신을 끌어내 달라고 일본에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