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의 고급 제품이 먼저 떠오르는 공항에 의외의 상품들이 진열됐다. 4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출발장에는 친환경 생리대, 수공예 액세서리, 화학물질 무첨가 양초 등 공항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상품이 판매돼 이용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국공항공사가 지원하는 사회적경제기업·소공인이 만든 상품이다.
국내선 여객 수요 반등으로 한숨을 돌린 한국공항공사가 실적 회복의 온기를 소공인들과 나누기로 했다. 전국 공항에 판매 공간을 열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공인,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질 좋은 상품을 팔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사회적경제기업은 장애인, 미혼모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주고 자활을 돕는 기업이다.
공사는 이날 김포공항에서 ‘사회적가치상품 판매 특별전’ 개최 행사를 열었다. 손창완 공사 사장과 김인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 면세점 및 소공인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공사는 앞으로 한 달간 김포·김해·제주·대구공항에서 소공인을 위한 판매점 18곳을 연다. 소공인 150여곳은 소액의 판매수수료를 내고 이곳에서 상품 400여개를 판매한다. 판매수수료는 다음해 소공인 지원 사업에 쓰인다. 공사는 판매 실적과 연동해 소공인에게 지원금을 줄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서 공사가 얻는 수익은 따로 없다.
‘공항 안에서 소공인 상품을 팔자’는 아이디어는 손 사장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는 시범적으로 지난 5월 김포공항 내 소공인 상품을 파는 ‘특별상점’을 열었고 이 상점은 월 4000만원의 높은 매출을 냈다. 김홍일 공사 사회가치기획팀장은 “공항 인프라가 좋은 판매 경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며 “국내선 여객 수가 지난해 대비 최대 90%까지 회복돼 얻은 결과”라고 말했다.
특별전에 참여하는 기업과 소공인들은 ‘윈윈 효과’를 기대한다. 매장 내 소공인 판매 공간을 마련해주기로 한 여행상품업체 ‘트래블메이트’의 오석주 대표이사는 “코로나 여파로 매출 90%가 넘게 떨어졌다”며 “소공인을 돕는 동시에 우리 매장에 손님을 유인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병환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판로지원팀 대리는 “소공인들은 규모가 영세해 자체 매장을 갖고 있지 못한 경우가 다수”라며 “매출 상승 효과도 있겠지만 여행객들에게 브랜드의 사회적 가치를 알리는 홍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는 특별전이 끝나면 참여 소공인을 공개 모집하고 특별상점 모델을 제주, 청주, 대구 등 전국 공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