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대선 직후인 4일 “각국은 동고동락하는 운명 공동체로 큰 위기 앞에 누구도 독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연설 시점과 메시지 모두 미국을 향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이날 밤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 화상 연설에서 “각국은 개방과 화합으로 나아가고 있다. 단합과 협력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시 주석은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국제질서와 국제규범을 파괴하도록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건설적인 자세로 글로벌 경제 체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대국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우리는 협업과 상생 이념을 견지하고 주먹보다는 손을 잡고 욕설하기보다는 협상을 하며 개방 포용 공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이어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의 지평을 열고 새로운 발전 단계에 들어간다”며 국내·국제 쌍순환이 상호 촉진하는 새로운 발전 전략을 거듭 강조했다.
시 주석 연설은 미국 시각으로 4일 오전 이뤄졌다. 중국이 대외 메시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주목도가 높은 미 대선 다음 날 아침으로 개막식 시점을 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과 2019년 열린 1, 2회 행사는 모두 중국 기준 5일 오전에 열렸다.
수입박람회는 미국의 압박 속에 중국의 막강한 구매력을 내세워 우군을 확보하려는 취지로 시작됐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은 14억명의 인구가 있고 4억명 이상의 소득층이 있는 큰 시장”이라며 “향후 10년간 상품 수입액은 22조달러(약 2경5080조원)가 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매체들은 미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극심한 분열 양상과 앞으로 예상되는 소송전 등을 거론하며 “미국이 퇴보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과거에는 불확실한 것이 선거 승패였을 뿐 선거 자체는 안정적이었다”며 “이제 미국은 선거 과정에 대한 심각한 논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