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 대선 후 불확실성 더욱 높아진 세계

입력 2020-11-05 04:03
미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의 이목이 쏠린 미국 대통령 선거가 3일(현지시간) 마무리됐다. 그러나 하루가 지났는데도 확실한 승자가 가려지지 않는 안갯속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조기에 승리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열세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공화당 후보)이 플로리다 등 남부 경합주에서 바이든 후보를 거뜬히 이겼다. 승부는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 이른바 ‘러스트벨트’ 3개 주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문제는 초접전인 이들 3개 주의 개표 결과가 2~3일 후나 혹은 그 이후에 확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펜실베이니아는 주법에 따라 대선 다음 날인 4일부터 조기 투표를 개봉할 수 있다. 위스콘신과 미시간도 결과 확정이 늦어지고 있다. 누구도 압승하지 못한 선거 결과는 많은 사람이 두려워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깝다. 양 후보는 이미 승리를 선언했거나 장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새벽 “우리는 거대한 승리를 거뒀다”며 “우편 투표는 사기다. 이제 모든 선거과정을 중단해야 할 때”라고 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현재 상황은 매우 긍정적이다. 우리가 이긴다”며 “기다리자”고 했다. 러스트벨트 3개 주의 개표 결과가 초박빙일 경우 어느 측도 승복하지 않고 재검표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차기 미국 대통령이 대법원에서 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당 기간 승자가 확정되지 않거나 어떤 후보라도 선거 결과에 불복할 경우 우선 세계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상원과 하원 선거 결과도 초미의 관심사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민주당이 기존의 하원에 이어 상원 과반까지 차지할 경우 안정적인 국정 운영은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다.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상원에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 마찬가지 곤경에 처할 것이다. 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재정 지출 확대 등 중대한 정책 결정을 위해서는 의회와 백악관 간, 그리고 양당의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대통령 소속 정당과 상원, 하원의 지배 정당이 다를 경우 불협화음과 불확실성이 커질 공산이 크다. 이번 대선은 그동안 장점만 주목받았던 미국 정치제도의 한계가 드러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이번 대선 결과의 불투명성이 초래할 국제정치 및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파악하고 대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