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 주민에 뚫린 2중 철책… 최전방 경계 이리 허술해서야

입력 2020-11-05 04:05
북한 주민 1명이 강원도 동부지역 최전방 철책을 뚫고 내려와 4일 민간인통제선 안에서 붙잡혔다. 2중의 철책을 뚫는 동안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도 잘못이지만, 전방초소에서 한참 떨어진 민통선으로 이동하는 동안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은 것 역시 어처구니없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번 사건이 발생한 부대는 2012년 10월 북한군 병사가 군 초소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표시한 ‘노크 귀순’이 있었던 곳이라니 더욱 한심하다. 철책을 넘은 뒤 신병을 확보하기까지 14시간 정도 걸렸다는데, 민간인이었기에 다행이지 혹시라도 무장 군인이었다면 어찌할 뻔했는가. 군은 그동안 최전방에 과학감시 장비까지 설치해 철통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자랑해 왔다. 사람이나 동물이 철책에 닿으면 센서가 울리고 5분 대기조가 즉각 출동하도록 돼 있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센서가 작동하지도 않았다.

군은 작전에 실패할 수는 있어도 경계에 실패하면 용서받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경계 태세는 군에 있어서 기본 중 기본이다. 하지만 근래 군이 경계에 실패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월만 해도 우리 민간인이 서해 북방한계선을 넘어 북측 해역으로 진입하는 동안 아무도 파악하지 못했다. 지난 3월에는 수도방위사령부 방공진지에 민간인이 무단 침입했다. 같은 달 제주 해군기지에서는 민간인 2명이 펜스를 절단한 뒤 침입해 기지 안을 활보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6월에는 북측 어선이 동해상으로 130㎞를 이동해 삼척항에 들어가는 ‘해상판 노크 귀순’도 있었다.

남북 군사합의 체결 이후 긴장이 완화되면서 군의 기강이 해이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 있어 왔다. 긴장 완화는 반길 일이지만 그렇다고 경계 태세까지 이완돼선 절대 안 된다. 사후약방문격이 되겠지만 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계 감시에 허점이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 서둘러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군 전체에 대한 군기 검열을 통해 기강을 바로세우고, 대비 태세를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군에 그 어떠한 빈틈도 없어야 남북 간 평화도 오래 유지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