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타 신드롬’ 프로배구 강타

입력 2020-11-05 04:06

남자프로배구 KB손해보험의 노우모리 케이타(19·말리·사진)가 연일 화제다. 블로커 높이보다 훨씬 높은 타점에서 볼을 꽂아 넣는 신체의 폭발력, 때리기 힘든 볼을 때려내고 빈 공간을 찾아 볼을 찔러 넣는 배구 센스에 화끈한 득점 세리머니와 자신감에 가득 찬 인터뷰 스킬까지. 아직 19세인 케이타가 어디까지 발전하게 될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B손보는 3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삼성화재와 원정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대 2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KB손보 승리를 이끈 주인공은 단연 케이타였다. 케이타는 이날 서브 5득점을 포함해 54득점을 올렸다. 공격성공률은 59.04%에 달했고, 팀 내 모든 공격의 69.17%을 점유했다. 확실하게 득점을 책임지니, 황택의 세터도 중요한 순간엔 케이타만 찾을 수밖에 없었다. 케이타의 마지막 5세트 공격점유율은 92.3%에 달했다. KB손보가 5세트에 올린 공격 득점 10점 중 9점을 케이타가 책임진 것이다.

케이타는 이날 눈을 의심케 하는 ‘묘기’를 수차례 보여줬다. 리시브가 흔들려 토스의 질이 좋지 않을 때도 ‘러닝 스파이크’로 어떻게든 볼을 상대 코트에 꽂아 넣었고, 상체를 뒤로 돌려 코트를 보지 않고 스파이크를 해 포인트를 내기도 했다. 득점 후엔 특유의 쾌활한 세리머니로 경기장을 뜨겁게 달궜다. 5세트 내내 팀 공격을 ‘몰빵’ 했음에도, 어린 케이타는 지치지도 않는다. 경기 후 인터뷰에선 “전혀 힘들지 않고 (경기후) 오히려 몸이 풀렸다”며 “어려운 볼을 처리하는 걸 즐기고 있다”고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

케이타의 활약은 이날 경기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케이타는 현재 득점 1위(163득점), 공격종합 2위(성공률 57.53%)다. 경기당 평균 득점은 무려 40득점.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평가 받는 가빈 슈미트의 데뷔 시즌 첫 4경기 경기당 평균 득점(29.5점)보다 높다. 이날 삼성화재 시절인 2012년 2월 2일 가빈이 KB손보의 전신 LIG 손해보험을 상대해 올린 역대 한 경기 최다득점(58점)에 불과 4점 부족한 공동 2위의 기록도 세운 케이타가 한국 무대에 더 적응할 경우, ‘역대 최고 외인’으로 역사에 남게 될 지도 모른다.

KB손보도 현재 4경기 전승으로 1위에 올라 ‘케이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2017-18시즌 4위 이후 2018-19시즌과 2019-20시즌 2회 연속 6위를 기록한 KB손보의 ‘봄배구’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