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는 인생들을 향한 ‘하나님의 러브레터’

입력 2020-11-06 17:15
조병호 서울 하이기쁨교회 목사가 2017년 10월 독일 베를린 마르팀호텔에서 개최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비텐베르크대회’에서 아시아 대표로 통성경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이 성경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겠다고 단단한 결심을 했다가 맞게 되는 첫 번째 큰 산이 레위기일 것입니다. 창세기를 시작으로 출애굽기까지 단숨에 은혜롭고 재미있게 읽다가 레위기를 만나면 자기와 밀당이나 타협을 시작해가며 성경 읽기가 느슨해져 가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레위기가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우리가 레위기의 가치를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둘째, 동양의 오래된 장례문화나 제사문화에 대한 인식으로 ‘제사’라는 말을 불편하게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레위기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인생들을 향한 ‘하나님의 러브레터’입니다. 그 이유는 ‘공의’의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을 위해 ‘사랑’의 하나님이 되어주시기 위해 세세한 항목까지 시행세칙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레위기는 하나님의 러브레터입니다. 또한 레위기는 ‘제사장 나라 교과서’입니다.

공의의 하나님 앞에 죄지은 인간들은 감히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죄의 값은 사망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공의의 하나님께서 죄지은 인간들이 용서받고 하나님 앞에 나아올 수 있는 구원의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그 길이 바로 레위기의 다섯 가지 제사, 즉 번제 소제 화목제 속죄제 속건제입니다.

우리의 생명이 하나님의 것임을 고백하는 번제, 우리의 소유가 하나님의 것임을 고백하는 소제, 감사의 제목을 이웃과 나누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화목제가 있습니다.

또 하나님께서 주신 율법을 어겼을 때 그 죄를 용서받기 위해 하나님께 사죄의 은총을 구하며 나아가는 속죄제, 그리고 부지불식간 지은 죄에 대해 이웃에게 변상하고 하나님께 나아가 죄를 고백하고 용서받는 속건제가 있습니다. 이 다섯 가지 제사는 용서의 길일 뿐만 아니라 인생들이 세상에서 가장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 가는 삶의 길입니다.

레위기를 통해 다섯 가지 제사를 가르쳐주신 더 중요한 이유는 하나님께서 인간과 거룩한 관계를 맺고 싶어 하신다는 것입니다. 레위기에서 하나님의 이 마음을 잘 표현한 말을 꼽으라면 ‘누구든지’와 ‘힘이 미치지 못하면’이라는 말일 것입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여호와께 예물을 드리려거든.”(레 1:2) “만일 그의 힘이 어린양을 바치는 데에 미치지 못하면.”(레 5:7)

이렇게 제사는 단지 제사법으로 인간들을 귀찮게 하고자 함이 아니라, 누구든지 하나님 앞에 나아와 용서를 받고 다시 제사장 나라의 거룩한 시민이 되도록 하기 위한 하나님의 배려이자 사랑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섯 가지 제사를 드림에 있어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반드시 지켜야 했습니다. 첫째, 제사를 드리는 자는 반드시 ‘예물’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야 합니다. 둘째, 제사를 드리는 자는 반드시 ‘제사장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셋째, 제사를 드리는 자는 반드시 ‘하나님의 이름을 두려고 택하신 곳’에서 제사를 드려야 합니다.

이를 한 가지라도 어기면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거룩한 제사가 되지 못합니다. 이후에 보면 북이스라엘의 여로보암왕은 제사에 대한 세 가지 조건을 지키지 않음으로 ‘다윗의 길’과 대비되는 ‘여로보암의 길’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유대인은 1500년 동안 다섯 가지 제사와 제사장 나라의 3대 명절인 유월절 칠칠절 초막절과, 3대 절기인 안식일 안식년 희년을 지키며 제사장 나라를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다 이루었다’고 말씀하심으로 예루살렘 성전의 휘장이 둘로 나뉘면서 1500년 동안 이어온 제사장 나라 ‘제사’가 하나님 나라 ‘예배’로 바뀌게 됩니다.

제사의 세 가지 조건인 예물, 제사장의 도움, 하나님의 이름을 두려고 택하신 곳이 예수님의 십자가 대속으로 성취된 것입니다. 즉 예수님께서 친히 하나님의 어린양 제물이 되셔서, 왕 같은 대제사장의 직분으로 하늘 지성소인 십자가에서 단번에 모든 사람의 죄를 대속하신 것입니다.

구약의 제사장 나라 1500년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은 죄를 용서받기 위해 매번 제사를 드려야 했고, 대제사장은 아론으로부터 시작해 매년 한 차례씩 죽음을 각오하고 대속죄일을 지켜야 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오르셔서 단번에 온전한 제사를 드리셨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예배의 세 가지 조건, 즉 예물 대신 ‘오직 예수 이름으로’, 제사장의 도움 대신 ‘성령의 도우심으로’, 그리고 여호와의 이름을 두려고 택하신 곳 대신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이 되어’ 하나님 앞에 예배자로 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레위기의 다섯 가지 제사와 제사의 세 가지 조건의 의미를 바로 알면 오늘 우리도 영적 예배를 드릴 수 있습니다.

조병호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