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은행연합회장 중에 은행권 경험이 전무했던 분은 없었는데….”
차기 은행연합회장 인선 절차가 시작된 가운데 은행권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다.
최근까지만 해도 차기 회장에는 ‘힘센’ 관료 출신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었다. 이 때문에 연합회장 후보군 성격에 대한 기류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4일 “그동안 은행연합회장을 지낸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관료 출신인 경우에도 은행장을 거쳤다”면서 “차기 회장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이런 부분들도 함께 검토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김태영 현 회장을 포함해 12명의 역대 회장은 한국은행부터 민간은행에 이르기까지 최고경영자(CEO) 이력을 모두 지녔다.
이 같은 기류는 최근 금융협회 수장들의 잇따른 교체와 맞물리면서 불거진 ‘모피아 싹쓸이’에 대한 우려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모피아는 기획재정부 전신인 재무부와 마피아를 합친 용어다.
특히 지난 2일 차기 손해보험협회장에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내정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재무부 출신의 정 내정자는 한국증권금융 사장, 거래소 이사장에 이어 손보협회장까지 연거푸 세 차례 금융 유관 기관장을 꿰차게 됐다. 업계에선 “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차기 생명보험협회장 후보 또한 모피아 인사가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관피아(고위 관료 출신 민간기관장) 시대’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주요 금융협회들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모두 민간기업 출신 회장을 선임했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은행연합회 안팎에서는 민간은행 출신 후보들의 이름이 폭넓게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김한 전 JB금융지주 회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 등이다. 직전까지는 기재부 출신의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국회 정무위원장 출신의 민병두 전 의원 등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한 금융권 임원은 “업계에서는 은행을 잘 알고, 은행권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하면서도 은행의 시대적 역할을 충실히 감당할 수 있는 연합회장을 원하고 있다”면서 “후보 선정 절차에서 무엇보다 회원사 은행장들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연합회 회장추천위원회는 다음 주 중 후보군을 추린 뒤 이달 말 사원총회를 열어 차기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