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이란 숲과 나무를 아울러 보여주는 주석서

입력 2020-11-06 03:03

이 성경 주석은 2003년 11월 미국 출판사 어드만에서 출간한 1672쪽의 방대한 단권 성경 주석(ECB)입니다. 구약 편집장은 영국 셰필드대의 존 로저슨이, 신약 편집장은 영국 더럼대의 제임스 던이 맡았습니다. 17년 전 어드만 출판사에 직접 방문해 싼 가격으로 구매한 추억이 있기에 늦게나마 한국어로 번역된 책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한국IVP가 ‘IVP 성경 비평주석 신약’이란 이름으로 먼저 신약을 출판했습니다. 원래의 ‘성경 주석’이란 제목 대신 ‘성경 비평주석’이란 제목을 붙였습니다. 학계에서 ‘비평’ 혹은 ‘비평적’이란 단어는 ‘철저히 자세하게 들여다보다’란 의미입니다. 이른바 ‘역사비평적’ 관심사를 포함해 모든 학문적 방법론을 사용해 텍스트를 살핀다는 것입니다.

이 주석이 사용하는 성경 본문은 NRSV입니다. 영어권 개신교나 가톨릭에서 정경으로 받아들이는 66권 외에 토빗서, 유딧서, 솔로몬의 지혜서, 시락서(집회서), 바룩서, 에스드라서, 에녹서, 마카베오서 등과 같은 외경(外經)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 주석은 외경에 대한 주석도 담고 있습니다.

신약 주석의 경우 단락별 주석을 제공합니다. 각 권에 관한 총론을 다루는 기고자도 있지만, 간단히 다루고 바로 주석으로 들어가는 기고자도 적지 않습니다. 단락 주석은 간결 명료하고 독자 친화적으로 서술하기에 개별 성경 본문의 뜻을 쉽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책은 학문적으로 꼭 다뤄야 할 문제는 빠짐없이 다루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 점은 왜 당대 최고의 학자들이 기고자로 선정됐는지를 입증합니다. 물론 모든 부분에서 균등한 건 아닙니다.

기고자의 신학적 스펙트럼도 넓습니다. 개신교뿐 아니라 가톨릭 학자를 망라하기에 이른바 공교회적 주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정한 신학적 입장을 지닌 독자에게 시야를 넓혀주는 이점이 있습니다. 본문의 문헌적 전승과 사회적 배경을 알려주며 언어학과 수사학을 사용해 본문의 의미를 밝힙니다. 책 끝에 ‘주제별/인물 이름 찾아보기’를 실은 것은 매우 잘한 것입니다. 편집진과 번역자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책 맨 앞부분의 논문 ‘신약성경의 전승사’와 ‘신약 전승에 대한 해석학적 접근’, 책 중간의 ‘신약 서신서’는 꼭 읽어보길 권합니다. 여유가 있다면 책 마지막의 두 논문 ‘신약 외경’과 ‘사해 두루마리와 신약성경’을 읽어도 좋습니다.

출간 이후 17년 세월이 흘렀으니 신약 연구 방법론도 변화가 있고 새로운 학자들이 나타나 세대교체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주석을 통한 본문 이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고로 이 주석서는 한국의 다양한 신학적 스펙트럼 아래 있는 목사와 신부, 성서학자와 신학생에게 차별 없이 다가오는 깔끔한 학문적 단권 주석서라고 믿습니다. 성경을 열어놓고 이 주석을 옆에 놓아 깊게 탐구한다면 성경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입니다. 작정하고 성경 각 권을 독파해나가는 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요.

류호준 목사 (전 백석대 신학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