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의학 칼럼] 마음 나누기… 커뮤니케이션의 기술

입력 2020-11-06 17:13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마가복음 10장 44절의 말씀이다. 이를 통해 커뮤니케이터가 되는 길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커뮤니케이터란 소통하는 사람을 말한다. 현대는 진정한 의미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다. 소통을 원하는 사람만 넘쳐 ‘커뮤니케이션 과잉시대’라는 말까지 있다. 장마 때 마실 물 없다는 말처럼 커뮤니케이션은 많은데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전 세계 부동의 1위다. 소통의 갈등에서 그 이유를 찾고 싶다. 우울증 환자가 10만명 수준이라는 통계를 본 일이 있다. 이는 병원을 찾은 환자만 합한 수치다. 의학계에서는 5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첨단 커뮤니케이션 기기 속에 살면서도 우리는 외롭다. 모두 소통을 강조하지만 정작 소통이 되지 않는 현실이 답답하다. 어떻게 해야 영혼을 울리는 커뮤니케이터가 될 수 있을까.

마가복음 10장에는 예수님과 제자들이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장면이 나온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고난받으시고 십자가에 달리기 전의 상황이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 이야기를 세 차례나 하셨다.

그런데 제자들은 분위기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예수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된 셈이다. 예수님은 고난과 죽음을 말씀하시는데 제자들은 자기들이 얻을 영광을 생각하고 있어서다.

야고보와 요한은 예수님의 우편과 좌편에 앉게 해 달라고 했다. 나머지 제자들은 이들이 청탁한 사실을 알고 분히 여기며 씩씩거리고 있다. 예수님의 괴로운 심정을 나눌 만한 제자가 한 명도 없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된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않을지니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10:43~45)

이 말씀 속에 커뮤니케이션의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수님이 하신 말씀에 담긴 지혜는 마음의 주파수를 맞추라는 것이다. “높아지려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가 높아진다”는 게 그것을 의미한다. 높아지려는 자들은 제자들이다. 예수님은 낮아지려 한다. 주파수가 다르다. 반대로 주파수를 맞추면 어떻게 될까. 답은 정해져 있다. 소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주파수를 맞추는 데 있다. 마음을 맞추는 능력이다.

한때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말씀이 이해되지 않았다. 어떻게 사람이 쉬지 않고 기도할 수 있을까. 잠을 자는 동안에도 기도하라는 말인가.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러다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건 마음 주파수를 하나님과 같게 하라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부모님은 쉬지 않고 자식을 생각한다. 자식을 마음에 품고 있어서다. 마음이 하나 되면 공간은 달라도 늘 통하게 된다.

예수님은 쉬지 않고 기도하셨다. 한순간도 아버지와 다른 마음을 품은 일이 없다는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커뮤니케이션의 기술이다.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 다름 속에서도 얼마든지 같은 주파수를 찾을 수 있다.

내가 사랑받고 싶듯 상대도 그렇다는 생각을 갖자. 내가 존중받고 싶듯 상대도 존중받길 원한다는 걸 이해하자.

같은 마음을 확인하고 그걸 인정하면 제대로 소통할 수 있다. 내가 원하고 상대도 원하는 것을 아는 게 출발점이다. 서로 원하지 않는 걸 안다면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마음의 주파수를 맞춘다면 우리는 누구와도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오늘 하루, 주변에 있는 이들과 마음의 주파수를 맞춰보라.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하라. 그러면 결국 여러분이 훌륭한 커뮤니케이터가 될 것이다.

이창우 박사 (선한목자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