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위험한 대선 ‘초박빙’ 美의 운명은

입력 2020-11-04 04:00 수정 2020-11-04 04:00
미 대선이 3일(현지시간) 시작된 가운데 전날 주요 경합주 중 한 곳인 미시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유세에 참석한 지지자가 ‘트럼프 2020’이라고 적힌 마스크를 쓴 채 연설을 듣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또 다른 경합주인 플로리다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드라이브인 선거유세 현장에서 ‘바이든·해리스에게 투표하라’고 적힌 마스크를 쓴 지지자가 지원유세에 나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 제46대 대통령을 뽑는 투표가 3일 0시(한국시간 3일 오후 2시) 뉴햄프셔주 딕스빌노치 등을 시작으로 미 전역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투표는 이날 오후 7~9시까지 진행된다.

대선 승자의 윤곽은 이르면 이날 밤 늦게 또는 다음 날 새벽(한국시간 4일 오후)에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개표가 초박빙으로 전개될 경우 우편투표 개표가 완료될 때까지 며칠이 더 지나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미국 대선은 역대 가장 뜨거운 선거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사전투표 열기가 이례적으로 높았다. 선거 분석 사이트 ‘미국선거프로젝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기준 9965만7000여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역대 사전투표 최고 기록인 2016년 대선 당시 4700만명보다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우편투표자는 6393만6200여명, 조기 현장투표자는 3572만800여명으로 집계됐다.

사전투표를 가장 많이 한 지역은 캘리포니아주(1209만500여명)로 나타났다. 주요 경합주 중 한 곳인 플로리다주에서도897만4800여명이 사전투표를 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플로리다주 유권자의 3분의 2 가량이 이미 투표를 마친 셈”이라면서 “이는 2016년 대선 당시 사전투표보다 136% 높고, 지난 대선 전체 투표의 95%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전했다.

뜨거운 사전투표 열기에 힘입어 이번 대선 투표율이 역대 최고인 1908년의 65.4%를 넘어설 지도 주목된다. 사전투표에는 민주당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참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당 등록제를 갖춘 주에서 사전투표자의 45%는 민주당, 30.5%는 공화당 등록 유권자로 나타났다. 18~29세의 젊은 유권자들의 사전투표가 2016년보다 증가한 점도 민주당에 유리한 요소다.

이번 대선은 역대 가장 위험한 선거이기도 하다. 우편투표 급증으로 역대 선거보다 개표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초박빙 승부가 이어진다면 당선인을 발표하지 못하는 초유의 ‘당선인 공백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

선거 후 대혼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경보음이 처음으로 발령된 선거이기도 하다. 일부 주에서는 대선 직후 소요에 대비해 주방위권을 배치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거나, 개표 초기 우세를 바탕으로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모두 대선에서 패할 경우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높다.

소셜미디어 업체들도 이날 섣부른 승리 선언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대책을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공신력 있는 언론사가 대선 결과를 확정 보도하기 전에 특정 후보가 승리 선언을 할 경우 ‘당선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함께 띄우기로 했다. 트위터 역시 특정 후보가 자사 플랫폼으로 승리 선언을 하려면 우선 2개 이상의 언론사가 선거 결과 보도를 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이를 어기면 경고 문구가 함께 노출된다.

임세정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