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일 “국민들의 비판과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검사들의 다양한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휘·감찰권 남용을 비판한 검사들의 사표를 받으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자 수가 40만명에 이른 데 따른 것이다.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추 장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다수 일선 검사들이 묵묵히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고,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담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추 장관은 검사들과 소통하겠다고 했고, 검사들 역시 개혁에 동참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추 장관의 입장 표명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한 ‘커밍아웃 검사 사표 받으십시오’라는 제목의 게시글은 2일 만에 21만명의 동의를 받았었다. 청와대는 청원에 20만명 이상의 동의가 이뤄지면 담당 비서관이나 부처 장차관 등을 통해 공식 답변을 하고 있다.
법조계는 “귀를 기울인다”는 추 장관의 입장에 검찰 내 집단 반발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본다. 추 장관은 애초 ‘검찰 개혁은 실패했다’고 직언한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를 겨냥해 SNS에 “커밍아웃하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적었었다. 이후 검찰 내부에서는 “장관이 일개 평검사를 ‘좌표찍기’해 비난을 유도하느냐”는 반발 기류가 형성됐다.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가 ‘나도 커밍아웃하겠다’고 올린 검찰 내부망 글에는 공감을 표하는 검사들의 실명 댓글 행렬이 펼쳐졌다. 공감한 검사들의 숫자는 이날 오후 300명을 넘어섰다.
추 장관은 다만 윤 총장을 향해서는 정치적 행동을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추 장관은 “권력기관으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그 어느 기관보다 엄중하게 요구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오히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며 “매우 중차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총장은 지난달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퇴임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는 정계 진출 가능성으로 해석됐고, 윤 총장은 최근 차기 대권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7.2%라는 수치를 얻었다. 대검은 추 장관의 총장 비판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