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총장은 “부산장신대는 부산·울산·경남(부·울·경)지역의 목회자를 배출하는 대표적인 신학교다. 최근 정부의 재정지원 제한대학에서 완전히 해제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학생들의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 등 정부의 각종 장학제도 이용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게 됐다. 향후 정부의 모든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 및 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이 대학 총장이 됐다. 부임 전 그는 부산 산성교회 원로목사 취임을 앞두고 행복한 은퇴를 준비하고 있었다.
“순회선교사로 목회자와 선교사의 위로자와 상담자가 되려는 계획을 짰습니다. 그런데 별안간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사회에서 저를 임기 4년의 총장으로 선출했다는 일방적인 통보였습니다. 당시 이 대학 강사로 10년간 강의하고 이사를 맡기도 했지만 뜻밖이었습니다. 그 내용이 이미 언론에 나와 버린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대학은 교육부로부터 거의 회생 불가의 판정을 받은 위기 상황이었다.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에 총장으로 취임하라니….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내와 함께 기도로 부르짖었다.
하나님은 기도 가운데 신명기 1장 30~33절 말씀을 주셨다. “종아 가라. 내가 다 준비할테니까 가라. 네가 순종하고 가기만 하면 내가 책임진다”고 마음에 감동을 주셨다. 선교사의 마음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했다.
우여곡절 끝에 총장에 취임했지만 학교 회생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등에 나는 큰 부스럼인 등창까지 생겼다. 반나절을 수술했고 15차례나 병원을 들락거렸다. 이때 깨달음이 있었다.
하나님은 ‘너의 몸은 건강하게 하려고 15번이나 병원에 다니면서 불평도 안하는데, 내 몸 중의 몸인 선지 동산을 건강하게 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불평하지 말라”고 기도 중에 말씀하셨다.
이후 그는 달라졌다. 학교 회생을 위해 빈 들에서 보리 떡을 구하는 심정으로 지인을 만나고 또 만났다. 바로 ‘보리 떡 운동’이다. 겸손하게 학교 회생의 필요성을 설명했고 도움을 구했다.
“천안에 있는 교회 첫 집회, 보리 떡 한 계좌당 1만원이라고 말하는데 눈물이 ‘확’ 쏟아졌어요. 후배 담임목사가 성도들에게 학교 사정을 대신 이야기해 주며 함께 울었습니다. 헌금 2500만원, 보리 떡 170계좌가 나왔고 현재 3600계좌가 됐습니다.”
후원의 손길이 이어졌다. 부산의 한 교회가 74개를 해 주었고, 울산 대흥교회에서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총회(통합) 울산노회 정기노회에선 개회 예배 헌금 전액 340만원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맡겼다. 부산장신대 신앙사경회에서 경남노회가 발전기금 4000만원과 장학금 300만원, 부산장신대 총동문회도 발전기금 500만원을 쾌척하며 교직원과 학생들을 격려했다. 이밖에 산성교회 정란 전도사와 정선자 권사는 노후생활비 1000만원을 전달하는 등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임직원들도 힘을 보탰다. 함께 기도하며 교육부 보완평가를 준비했다. 준비 서류만 4만 페이지에 달했다. 허 총장은 평가 당일 2분 스피치를 위해 한 달여를 준비했다.
“작은 학교입니다. 하지만 사람을 일으키는 대학으로 발전시키겠습니다. 학교가 정상화되도록 저희 손을 잡아 주십시오.”
내부적인 갱신을 과감하게 시도했다.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제2기 대학발전계획 ‘RISE & Shine! BPU2020’을 세웠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시스템 확립, 교육품질 제고, 학생역량 강화 및 취업률 증가 등 지속적인 교육성과 창출을 위해 힘썼다.
올해 신입생 충원율이 98%로 상향됐다. 결국 지난 7월 29일 보완평가 결과 재정지원 제한 완전 해제를 통보받았다. 그것도 무려 2단계나 상승했다. 내부적인 갱신과 교과과정 운영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부·울·경 7개 노회와 전국 교회의 후원으로 재정 운영 개선 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실로 기적이었다.
지난해 대학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전국 사립대의 등록금과 1인당 연간 장학금을 조사한 결과 등록금은 전국에서 9번째로 낮았다. 또 1인당 연간 장학금은 전국에서 5번째로 많이 지급하는 학교로 선정됐다.
그는 “나무 한 그루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신학교가 문을 닫으면 한국교회와 다음세대는 없다. 신학교 통폐합을 너무 쉽게 말해서는 안 된다. 한국교회에 아직 희망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선교를 강조한다고 했다. 그는 “주님의 지상명령,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작은 예수의 삶을 살게 되면 한국교회는 다시 영적으로 회복되고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목회자의 설교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삶으로 선포되는 설교자의 살아 있는 간증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마음으로 새벽마다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그 묵상한 말씀 속에서 살아내고자 힘썼다. 또 그 말씀은 강단을 통해 선포됐다.
“신학교 시절 폐 질환으로 고생했습니다. 요양을 가야 할 정도였어요. 하나님의 말씀에 힘입어 병이 낫는 귀한 체험을 했습니다. 그때 하나님이 어디든 보내시면 하겠다고 서원했습니다. 선교사의 마음을 품은 것이지요.”
그는 장로회신학대학교와 같은 대학 대학원, 미국 풀러 신학대 목회학 박사 학위를 맡았다. 여주 세종교회를 거쳐 총회 파송 칠레 선교사로 10년간 사역했다. 스페인어로 현지인에게 설교하며 선교센터와 여러 교회를 설립하고 또 임마누엘 기독교 학교를 세웠다. 귀국해 부산 산성교회에서 23년간 목회하며 102명의 선교사를 파송했다.
그는 예장 통합 세계선교 부장, 부산노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 산성교회 원로목사(추대), 은퇴선교사 안식관을 운영하는 로뎀선교회 지도목사, 부산 성시화운동본부 이사장, 부산 학원복음화협의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부산장신대는 이웃과 세계를 섬기는 그리스도인 양성이 교육이념이다.
2021 전기 대학원 학생 원서를 16~30일 접수한다. 예장 통합 위탁과정으로 목사 후보생을 양성하는 신학대학원은 성경 고사와 면접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 수업은 3년 과정이고 교육부 인준 석사학위(M.Div.)가 수여된다. 성서·이론·실천신학 분야의 탁월한 교수진 22명이 열과 성을 다해 가르친다. 여성사역자도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다. 강해설교대학원, 상담 및 심리치료대학원 학생도 모집한다.
올해 장애인교육선교대학원을 신설했다. 발달장애 석사학위와 함께 장애인 발달 재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교회 장애인 사역자로서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
앞으로 교정선교대학원과 교회경영대학원도 설립할 계획이다. 성적장학금, 저소득층 장학금, 장애 학생장학금, 목회비전장학금 등 다양한 장학금 제도로 학업을 돕고 있다. 대학원 신입생 전원에게 장학금 100만원을 지급한다. 학부는 교양과정과 신학과, 특수교육과, 기독교사회교육상담학과를 두고 있다. 정시 원서 접수는 내년 1월 7~11일이다.
허 총장은 “영적 울림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실천적 지도자를 양성할 것”이라며 개 교회에서 신앙좋고 신실한 학생을 많이 보내 달라고 당부했다.
“부산장신대는 설립 때부터 작은 대학을 지향해 왔습니다. 모두의 이름을 알고 개인의 능력과 개성을 존중해 교수와 학생이 1대 1로 만나 함께 성장하는 대학으로 자라왔습니다. 역사는 잘 준비된 한 사람에 의해 움직입니다.” 허 총장의 목소리에 힘이 솟는다.
김해=글·사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