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되든 걱정’ 미 대선 폭풍전야… “통치 공백” 우려도

입력 2020-11-04 00:03
미국 대선 투표일인 3일(현지시간) 오전 펜실베이니아주 스프링필드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서로 거리를 둔 채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AP뉴시스

3일(현지시간) 대선을 치르는 미국이 대선 후 대혼돈을 우려하고 있다. 대선 직전 양측 지지자들 사이에서 충돌이 잦아지고 있고, 대선 당일 밤 개표 지연이나 혼란이 초유의 대선 불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미국은 대선 후 태풍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2일 국민일보에 “이번 미국 대선의 쟁점은 누가 더 득표해 대통령에 오르는가에 있는 게 아니라 선거 및 개표 과정에서 벌어질지 모르는 충돌과 혼란, 폭동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에 있다”며 “트럼프라는 괴물을 한번 내세웠다가 미국 시민사회가 어떻게 수습할지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곳곳에서는 이미 대규모 폭력 사태의 징조가 출현하고 있다. CNN방송,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미 전역에서 마지막 차량 선거운동을 이어갔다. ‘트럼프에 투표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깃발, 성조기 등이 꽂힌 차량들이 줄지어 도로를 지나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진행한 트럼프 지지 유세 현장에서는 기관총으로 무장한 픽업트럭도 목격됐다.

차량 선거운동 중인 트럼프 지지자들이 반(反)트럼프 시위대와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1일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총기를 들고 트럼프 반대 시위 참석자들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과거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 총사령관을 지낸 인물로 현대 미국에서 우파세력의 추앙을 받는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 근처로 반트럼프 시위대가 진입하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폭력을 사용한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정차돼 있던 빈 차량을 향해 총을 쏘고 일부 행인들에게 호신용 최루액을 분사했다.

캘리포니아주 북부 흑인 거주지역인 마린시티에서도 1일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자 1000여명이 200~300대에 달하는 차량에 나눠 탄 채 시내로 밀고 들어와 현지 주민들을 향해 인종차별적 폭언을 쏟아냈다. 화가 난 흑인 여성이 차량을 향해 계란을 던지는 장면이 소셜미디어에 공유됐다. 현지 주민 앨런 피어슨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흑인 커뮤니티에 의도적으로 들어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보스턴글로브의 칼럼니스트 리네이 그레이엄은 트위터에 트럼프 지지 차량 시위대와 이슬람국가(IS) 테러리스트 차량행진 사진을 함께 올린 뒤 “(둘 사이) 차이점이 보이는가. 나 역시 차이점을 찾진 못했다”고 꼬집었다.

폭력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주들은 일찌감치 주방위군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주 지사는 3일 선거 직후 발생할 수 있는 혼란에 대비해 주방위군 1000명에게 대기명령을 내렸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 지사도 주방위군 1000명을 주요 도시에 파견해 폭력사태 방지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미 대선이 치러진 뒤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는 1월 20일까지 어느 쪽도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면서 두 달여 동안 미 행정부와 의회가 멈추는 ‘통치 공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