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되든 中 견제·美 중심 산업구조 재편기조 유지

입력 2020-11-04 04:06
연합뉴스

한국 주요 기업들이 미국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호무역주의와 탈중국화 노선을 걷고 있는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할 경우 반도체 등 주요 제조업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연비 규제가 강화되고 신재생에너지 산업 지원이 강화될 수 있다. 두 후보 모두 대규모 경기부양을 예고해 건설업계 등은 고무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중 ‘기술 냉전’과 무역분쟁은 유지되거나 심화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트럼프 행정부 제재로 수출이 막힌 화웨이향 메모리 반도체 물량을 타 고객사로 대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바이든이 되더라도 동맹국에 대중 압박 참여를 요구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불확실성 해소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누가 되더라도 중국 견제와 미국 중심의 산업구조 재편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는 무역·통상과 안보를 연계해 첨단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각종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눈치를 봐야 하는 현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통신장비의 강자인 화웨이가 하락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업계는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자동차 업계는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 확보와 수출 확대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한다. 다만 트럼프가 승리할 때는 미국 내 연비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기존 내연기관차의 대미국 수입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친환경 정책을 표방하는 바이든이 승리하면 연비 규제가 강화되고 친환경차 지원책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면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등 관련 기업의 미국 진출이 늘어날 수 있다. 전기차의 경우 미국이 생산과 상용화에서 선두주자로 나서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업계는 장기적으로 배터리산업 발전에 미국 대선 결과가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트럼프 임기 시작 후 유럽, 중국에 비해 미국의 전기차 유인책은 적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전기차 시장의 양대 축은 현재와 동일하게 중국, 유럽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기계 업계는 누가 돼도 좋다는 분위기다. 두 후보 모두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뿐만 아니라 바이든이 인프라 투자에 내건 금액도 워낙 커서 기계업종도 수혜를 받을 것”이라며 “트럼프는 도로, 철도 등 전통적인 SOC 투자를 강조하고 있어 이 역시 긍정적”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철강업계는 누가 되건 비관적이라는 예측이다. 두 후보 모두 무역 규제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훈 박구인 안규영 권민지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