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을 순차적으로 시세의 90%로 올리면 보유세 부담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가 오르기 때문이다. 특히 시세 15억원 이상 아파트의 공시가격 90% 현실화율이 정부 발표대로 5년 내 이뤄지면 고가 아파트 보유자의 보유세 부담은 지금보다 약 3배 이상 높아질 전망이다. 반대급부로 정부가 내놓은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 재산세 인하 효과는 한해 10만원 미만으로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신한은행 우병탁 세무사가 정부 발표에 준해 보유세 부담 변화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올해 실거래가가 32억원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84㎡)의 경우 올해 1326만원이던 보유세는 현실화율이 90%에 이르는 2025년에는 4096만원으로 오른다. 시세가 연 5% 상승한다는 가정에서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재산세 인하 대상인 공시가격 6억원 미만 아파트의 경우도 상당수는 보유세 인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부산시 수영구 수영더샵센텀포레 아파트(전용면적 84.91㎡)는 지난해말 기준 시세가 6억7000만원에 공시가격은 5억1000만원이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76.12%로 올해 보유세는 90만3672원이었다. 하지만 이 아파트의 현재 시세 8억원에 공시가격 현실화율 77.12%(전년 현실화율+1% 가정)를 적용하면 내년 보유세는 98만1565원으로 8만원가량 인상된다. 재산세율 인하로 1만2000원의 절세 효과를 얻었지만 시세 상승과 공시가격 인상에 따라 올해보다 보유세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비해 정부가 밝힌 재산세 인하 효과 시뮬레이션 결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강원도 춘천의 공시가격 1억6500만원 아파트의 올해 재산세는 11만8500원이었다. 정부의 세율 인하를 반영하면 내년 이 아파트의 재산세는 6만9780원으로 5만원가량 줄어든다. 올해 공시가격이 4억원인 서울 종로 아파트의 경우도 향후 3년간 재산세 인하 효과는 연평균 9만9610원으로 1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현재의 집값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3년간 한시적으로 재산세 인하 혜택을 누리는 가구 수는 점차 감소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재산세율 인하로 전체 1086만 가구인 1인 1주택자 중 94.8%인 1030만 가구가 혜택을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세와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이 동시에 이뤄질 경우 이 대상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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