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재산세’ ‘보선 공천 역풍’… 악재 겹친 이낙연 고난 행군

입력 2020-11-04 04:02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국회를 찾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싱 대사는 회동에서 이 대표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 계획엔 흔들림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사진기자단

취임 두 달을 넘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최근 악재가 겹치고 있다. 당대표 취임 이후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의원들의 잇따른 탈당과 검찰 수사에 이어 최근에는 당헌을 뒤집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묻는 전 당원 투표로 당 밖에서 거센 비판을 받는 상황이 됐다.

그러는 사이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 지지율은 정체 또는 하락 국면이다. 물론 일각에선 이 대표가 당의 산적한 난제 해결을 자처하며 고단한 업(業)을 이어가는 ‘고난의 행군’ 중이라는 시각도 있다. 7개월 시한부 임기 중 벌써 두 달이 지난 상황에서 언제쯤 설거지를 끝내고 자신의 대권 비전을 내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된 사안은 내년 4월 보선 공천을 위한 전 당원 투표다. 이 대표가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투표 형식을 빌려 극렬 지지층에게 손을 내밀면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 문제를 이해찬 전 대표가 해결했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전 대표 임기 중인 지난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 지난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문으로 사퇴한 만큼 차기 당대표를 위해 결자해지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친문 중진 의원은 3일 “정권 재창출과 문재인정부 성공을 위해 일해야 할 차기 대표에게 과거 당의 결정을 뒤집어야 하는 중차대한 문제를 미루고 나간 것은 잘못됐다”며 “그때부터 당내에 재보선 공천 기류가 강했기 때문에 이 전 대표가 이 문제를 매듭지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어차피 공천이 결정된 상황에서 당내 기반이 깊지 않았던 이 대표는 두 달을 고민하다 ‘셀프 면죄부’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재보선 후보 공천을 위해 열린 당 중앙위원회에서 “후보를 낼지 여부에 대해 여러 논의가 있고 비판도 있다”며 “당원들은 유권자 심판을 받는 것이 옳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양정숙 윤미향 김홍걸 이상직 의원 등 검찰 수사와 탈당 러시를 이룬 비례대표 공천 역시 이 전 대표 체제에서 이뤄진 것들이다. 이 대표는 취임 후 비례대표 악재가 이어지자 “왜 내 임기에 닥쳐서 이런 일들이 이어지는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했다고 한다. 일각에선 “자기 목소리를 내자”는 제안도 없지 않았으나 이 대표가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표는 자기가 살겠다고 ‘튀는 행동’을 하는 데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고 말했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문제, 대주주 양도세 과세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강화하는 문제도 이 대표 처지를 곤란하게 하는 것들이다. 제일 민감한 시점에, 세정에 민감한 대도시에서 보선이 벌어지면서 당이 정부 기조에 반발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구조가 만들어졌다.

최근 이 대표의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는 하락세다. 당내에선 책임감에 대한 호평과 정치적 비전에 대한 실망감이 교차하고 있다. 박수현 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은 “내년 보선 공천은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도 욕을 먹게 돼 있던 것”이라며 “민주당과 자신의 지지율 하락을 감내해야 할 외길이었다”고 썼다. 반면 다른 중진 의원은 “남은 임기 동안 당을 이끌고 정치적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스쳐 지나간 대표로 남고 말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준구 양민철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