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전쟁’ 불타오르네… 野, 한국판 뉴딜 15조 삭감 조준

입력 2020-11-04 00:09
윤후덕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왼쪽)이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2021년도 예산안 관련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556조 예산 전쟁’의 막이 올랐다. 국회는 3일 기획재정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정부 예산안·기금운용계획안 심사를 시작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555조8000억원 예산안 심사에 돌입했다. 쟁점은 21조3000억원 ‘한국판 뉴딜’이다. 국민의힘은 이 가운데 최소 15조원 이상을 깎겠다고 벼르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확장재정을 끝까지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2021 회계연도 예산안 100대 문제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꼽은 정부의 100대 문제 사업 중 한국판 뉴딜 사업은 17개, 삭감 요구액은 2조5000억원에 달했다. 전체 뉴딜 사업 600여개로 확대하면 삭감 요구액은 15조원으로 늘어난다. 국민의힘은 기존 사업과 중복되는 사업, 선심성 현금 살포 사업, 계획이 미흡한 신규 사업 등을 100대 문제 사업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산업은행 출자 뉴딜펀드에 대해 6000억원 예산 낭비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가 2018년부터 8조원 규모로 조성한 ‘혁신모험펀드 및 소부장지원펀드’의 투자 실적이 2조5000억원에 불과해 5조원 이상 투자 여력이 남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6000억원을 들여 비슷한 성격의 펀드를 또 만드는 것은 세금으로 투자운용사의 여유 자금만 키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ICT 융합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등 6개 사업에 대해서는 집행률이 저조하다며 5623억원을 삭감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첨단 도로교통체계 사업도 국제 표준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부터 책정했다며 3050억8000만원을 삭감하라고 했다. 온라인 교과서 사업, 1인 미디어 콤플렉스, 노후 농업기계 미세먼지 저감 대책 지원 등은 기존 사업과 중복된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정부 예산안이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확장재정 기조로 짜인 점을 내세우며 원안 사수 입장을 피력했다. 당장 감액 및 증액 심사가 이뤄지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계수조정소위) 인원 배분에서 의석수 비례에 맞춰 국민의힘 몫을 15명 중 5명으로 제한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쟁점 예산안에 있어 수의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얘기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덮어놓고 한국형 뉴딜을 최소 50% 이상 삭감하겠다고 선포했다. 예산안마저 정쟁의 볼모로 삼겠다는 얘기”라며 법정 시한인 다음 달 2일 이내에 예산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국판 뉴딜 예산을 삭감해 긴급 아이돌봄, 소상공인 지원, 맞춤형 재난 지원 등 코로나19 대응 예산으로 조정하겠다는 반응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쟁점 예산안을 무리하게 일방 통행하듯 밀어붙이면 그에 대한 책임도 오롯이 여당이 져야 할 것”이라며 “야당으로서 그 부당함을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과 함께 투쟁해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