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시장 신뢰 잃는다

입력 2020-11-04 04:03
경제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신뢰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에 대해 시장의 신뢰가 떨어지면 그 정책 자체가 힘을 받지 못하고 결국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주식 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과 1주택자의 재산세 완화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놓고 정부 정책이 연일 오락가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에선 극심한 혼선이 거듭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반려했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도 그런 이유로 전해졌다.

정부는 결국 주식 대주주 기준은 현행 10억원을 유지하고, 재산세 완화 기준 공시가격은 6억원 이하로 결정했다. 당초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던 정부가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조세 저항이 심해하자 ‘개인별 5억원’으로 수정 제안했다가 주식 투자자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강력히 반대의견을 밝히자 원래대로 회귀한 셈이다. 재산세 완화 기준 공시가격도 그동안 정부와 청와대는 6억원을, 민주당은 9억원을 각각 주장해 갈등을 빚었다. 특히 민주당은 내년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를 의식한 민심 달래기 차원에서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9억원은 중저가 주택으로 볼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이 지켜졌다.

또 2030년까지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시세의 90%로 올리는 방안도 시장의 반발에 한때 80%로 변경하는 안이 검토됐다가 기존 안이 확정됐다. 그동안 잇따른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집값이나 전세 시장 등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국민 불신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일관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은 선거를 겨냥하거나 당장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선심성 단기처방으로 결정해선 안 된다. 또 시장 흐름을 무시하고 대통령이나 집권 여당의 공약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표’퓰리즘에 빠져 추진하면 큰 후유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심각한 경제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시장 흐름이나 경제 여건을 제대로 감안한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더 이상 혼란을 자초하지 않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