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를 노랗고 붉게 수놓은 가을의 절정이 지나가고 있다. 늦기 전에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추억과 낭만을 더 무르익게 하는 곳으로 떠나자. 그리 멀지 않은 충남 보령이다. 이곳에 황금빛 가을이 내려앉아 있다.
만추의 서정을 느끼게 해주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억새다. 보령에는 전국적 억새 명소이자 충남 제3의 고봉인 오서산(烏棲山·790.7m)이 있다. 충남 홍성군 광천읍 담산리와 광성리, 보령시 청소면 성연리, 청라면 장현리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서해와 인접한 천수만 지척에서 갑자기 솟구쳐 올라 예부터 이 일대를 향하는 배들에 등대 구실을 해 ‘서해의 등대산’으로 통한다.
보령시 방면에서는 국립오서산자연휴양림에서 정상에 오르는 코스가 애용된다. 산림문화휴양관 왼편의 숲체험로에서 오서산 정상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단축 코스인 만큼 경사가 제법 가파르다. 성연주차장에서 시루봉을 거쳐 오르는 길은 약 3.6㎞로, 2시간 30분~3시간가량 소요된다.
오서산 주능선은 10~11월 억새로 뒤덮인다. 억새가 우거진 능선길이 약 2㎞ 이어진다. 오솔길 양옆으로 억새가 호위하듯 길을 터주고, 매서운 바닷바람에 쉴 새 없이 물결치는 억새 군락이 장관을 연출한다.
가을바람에 한들거리는 은빛 억새 물결은 해질 무렵 노을에 황금빛으로 변한다. 억새밭 다음으로 오서산의 자랑은 정상과 주능선에서 바라보는 서해안 조망이다. 멀리 대천해수욕장과 무창포, 외연열도의 풍경까지 품고 있어 능선에 오른 순간 보령 8경 중 절반의 비경을 한 번에 보는 셈이다. 특히 서해를 붉게 물들이는 낙조풍광은 압권이다. 정상석 인근 통신중계탑 앞에 서면 산 바로 아래 노랗게 물든 ‘청라은행마을’이 내려다보인다. 국내 최대 은행나무 군락지 중 하나다. 마을 곳곳에 심어진 은행나무가 3000여 그루에 달한다. 11월 초까지 황금색 향연을 펼친다.
이 마을에서도 가장 정취가 빼어난 곳은 신경섭 고택이다. 조선 후기 지어진 고택 안팎을 100년 넘은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에워싸고 있다. 고택 마당에서 뻗어나온 은행나무 가지와 도로 건너편 은행나무가 맞닿아 노란색 터널을 이룬다.
인근 청소면에 청소역이 있다. 아담한 대합실에 벤치 하나 달랑 놓였지만 장항선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다. 이곳은 영화 ‘택시운전사’를 촬영한 곳이다. 주인공 송강호 조형물과 그가 몰던 초록 택시 모형이 조성돼 있다.
천수만 물길이 내륙으로 깊숙이 파고 든 지점에 보령 오천항과 충청수영성이 자리한다. 서해로 침입하는 외적을 막기 위해 쌓은 석성이다. 군영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아름다운 풍광을 펼쳐놓는다.
인근 상사봉 중턱에 ‘충청수영 해안경관전망대’가 세워져 있다. 왼편 보령화력발전소부터 충청수영성을 지나 보령방조제, 우측의 빙도와 주변 습지가 시원하게 조망된다. 전망대 아래 도로변 주차장에서 500m가량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야 한다.
여행메모
쉰질바위에서 억새능선 30~40분 소요
오서산자연휴양림에서 호젓한 하루
쉰질바위에서 억새능선 30~40분 소요
오서산자연휴양림에서 호젓한 하루
오서산 억새능선에 가장 빠르게 오르는 방법은 충남 홍성군 장곡면 내원사 인근 쉰질바위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30~40분이면 옛 오서정 자리에 마련된 전망데크에 닿는다. 정암사나 내원사에서 임도로 연결돼 있어 차로 접근할 수 있다.
청소역 앞에는 등산객을 위한 택시가 상시 대기 중이다. 10~15분이면 오서산 들머리인 성연주차장이나 국립오서산자연휴양림에 닿는다.
오서산자연휴양림은 명대계곡을 끼고 울창한 숲속에 자리해 있어 호젓하게 머물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용이 제한됐던 시설이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전환에 따라 운영을 재개했다. 10인실 미만 숲속의집·연립동, 야영장 50%가 운영중이다. 입장은 버스 등 단체 이용은 불가능하며, 가족 단위의 입장만 가능하다.
오서산 인근에는 1926년에 개장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광천토굴새우젓 시장으로 알려진 광천 전통시장이 있다. 상설시장과 4, 9일에 열리는 오일장이 김장철을 맞아 연일 문전성시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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