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우울’ 늦가을 숨은 관광지서 날려보세요

입력 2020-11-04 20:17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가을 시즌 ‘숨은 관광지’를 찾아가면 잠시나마 코로나 우울을 달랠 수 있다. 예술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서울 홍제천 유진상가 지하 구간. 한국관광공사 제공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집콕’ 생활의 우울함을 잠시나마 떨칠 수 있는 가을 시즌 ‘숨은 관광지’를 선정했다. 서울 홍제유연, 충북 제천시 의림지 용추폭포 유리전망대, 경북 울진군 국립해양과학관, 경남 밀양시 표충사 우리아이마음숲놀이터·국립밀양기상과학관·밀양아리랑우주천문대, 광주 전일빌딩245, 제주 서귀포치유의숲 등이 포함됐다.

홍제천 예술의 물길, 홍제유연

1970년 서울 홍은사거리 인근 홍제천을 복개한 자리에 폭 50m, 길이 200m 규모로 세워진 유진상가는 당시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최고급 주상복합건물로 이름을 날렸다. 남북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때라 유사시 북의 남침을 대비한 대전차방어 목적을 포함해 설계했다. 1992년 내부순환도로 공사로 건물 한쪽이 잘렸다.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유진상가 철거 공약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진상가 지하 구간은 통제 구역이었다. 그중 250m 구간이 서울시 공공미술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 사업을 통해 올해 7월 1일 ‘물과 사람의 인연이 흘러 예술로 치유하고 화합하다’라는 뜻을 지닌 ‘홍제유연’(弘濟流緣)으로 태어났다. 건물을 받치는 100여 개 기둥 사이로 흐르는 물길을 따라 설치미술, 조명 예술, 미디어 아트, 사운드 아트 등 8개 작품을 설치해 환상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충북 제천 의림지 용추폭포 위 유리전망대. 한국관광공사 제공

폭포 위를 걷는다, 의림지 유리전망대

역사 깊은 저수지인 의림지(명승 20호)의 새로운 명물은 마치 폭포 위에 서 있는 듯 짜릿함을 안겨주는 용추폭포 유리전망대다. 2020년 8월 29일 개방한 유리전망대는 용추폭포 위에 설치한 인도교로, 발아래 장쾌하게 쏟아지는 폭포가 내려다보인다. 일부 구간은 평소엔 불투명 유리였다가 사람이 지나갈 때 투명 유리로 바뀐다. 유리 데크가 무섭다면 나무 데크에서 폭포를 감상해도 좋다. 웅장한 폭포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경호루 뒤쪽으로 가야 한다. 용추폭포는 약 30m 높이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밤에는 여러 색으로 변하는 조명 아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울진국립해양과학관의 한국계 귀신고래를 형상화한 조형물. 한국관광공사 제공

지구를 잇는 바다, 국립해양과학관

2020년 7월 31일 개관한 국립해양과학관은 국내 유일한 해양과학 전문 교육·체험 기관이다. 전시·교육 시설인 과학관 외에 500여 명을 수용하는 숙박시설도 있다. 393m에 이르는 국내 최장 해상 통로를 지나 바닷속 세상을 만나는 해중전망대, 다양한 심해어류 조형물을 전시한 잔디광장, 어린이 놀이시설을 갖춘 해맞이공원도 이곳의 자랑이다. 국립해양과학관 관람은 3층 상설전시관에서 시작한다. 프로젝터와 LED 디스플레이로 꾸민 오션홀은 신비로운 바다 세상으로 안내하는 통로다. 상설전시관은 파도와 해류, 염분 등 바다와 관련한 기초 지식부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해양관측 시스템 등 전문적인 내용까지 바다에 대한 궁금증을 한자리에 모았다. 해중전망대는 수심 6m 아래 바다 세상을 20개 전망 창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사전 온라인 예약 후 입장 가능하다.

아이들과 추억을 새기는 밀양 여행

2020년 5월 21일 밀양아리랑우주천문대와 국립밀양기상과학관이 동시 개관했다. 천문과 기상에 대한 최첨단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밀양아리랑우주천문대는 ‘외계행성·외계생명’이라는 특화 주제로 운영되는 국내 최초의 천문대다. 외계인 친구를 찾아 타이탄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토대로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을 제공한다. 사전 온라인 예약 후 입장 가능하다.

국립밀양기상과학관은 알쏭달쏭한 기상과학의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체험하며 익히는 공간이다. 관람 시 RFID 카드와 시크릿노트 등 첨단 시스템이 활용되며, 기상청의 모습을 재현한 체험 강의실인 국가기상센터의 스튜디오에서 기상캐스터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전 온라인 예약 후 입장 가능하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표충사 인근의 우리아이마음숲놀이터를 추천한다. 2019년 8월에 문을 연 이곳에는 더블돔 플레이, 스파이더 넷 타워 등 6가지 거대 놀이기구가 있다. 입장료는 없다.

5월의 탄흔 너머, 전일빌딩245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는 광주의 삶과 역사가 깃들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흔적이 발견된 이곳은 4년 남짓 리모델링을 거쳐 2020년 5월 ‘전일빌딩245’로 다시 태어났다. ‘245’는 빌딩에서 발견된 탄흔 개수와 빌딩 주소(동구 금남로 245)를 뜻하는 이름이다. 전일빌딩245는 과거를 보듬고 현재와 미래를 지향하는 공간이다. 9~10층 ‘19800518’에서는 계엄군 헬기 사격의 흔적과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영상을 관람하고, 5·18민주화운동 관련 작품과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다. 전일방송(VOC)이 있던 8층은 카페와 라운지가 들어섰고, 외부 전망 계단을 통해 옥상정원 ‘전일마루’로 연결된다. 이곳에서 무등산, 5·18민주광장 등이 보인다. 옛 전일다방을 다시 꾸민 지하 ‘245살롱’도 볼거리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방문 전 관람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제주도 가멍오멍숲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가베또롱 엄부랑한 서귀포치유의숲

2016년 문을 연 서귀포치유의숲은 수령 60년이 넘는 편백과 삼나무, 난대림과 온대림이 고루 갖췄다. 화전 터와 잣성 등 옛 제주 사람의 흔적도 눈길을 끈다. 12개 숲길(총 길이 15㎞)이 조성됐다. 길 이름은 제주어로 지었다. 가베또롱은 ‘가뿐한’, 엄부랑은 ‘엄청난’이라는 뜻으로 숲의 심상을 표현한다. 목재 데크가 깔린 무장애 숲길도 반갑다. 생수 외 음식물 반입은 금지며, 대신 현지 주민이 만든 차롱치유밥상을 예약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 예약제로 운영한다.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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