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불안과 초조함의 연속입니다.” 지난달 28일 새벽 1시 서울 방배동에서 만난 코인노래연습장 주인 이재인(44)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15년간 지방 공기업에서 근무하다 자녀 교육 문제로 퇴직하고 퇴직금으로 코인노래연습장을 열었다. 설레며 시작한 제2의 인생은 얼마 안 돼 한숨으로 바뀌었다. 노래방이 코로나19 고위험시설로 분류돼 두 차례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지면서 총 104일간 문을 열지 못했다.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 매달 빠져나가는 임대료, 공과금, 음악 저작권료 등 고정비용 600여만원을 해결하기 위해 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의 과일상회에서 투잡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날도 모두 잠든 새벽 1시 가락시장으로 출근한 그는 높게 쌓인 과일더미를 분주히 나르며 경매를 위한 선별작업을 했다.
이씨는 “처음 해보는 일이어서 고생이 많았는데, 몸이 힘든 것보다 매달 빠져나가는 돈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하역과 진열까지 마친 오전 10시. 이씨는 본래 직장인 코인노래연습장으로 다시 출근했다.
지난달 12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조정돼 영업을 재개했지만 여전히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출입자명부 관리, 체온 측정, 손님이 다녀간 뒤 30분 환기와 소독 등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지만 고위험시설이란 낙인에 매출이 60%나 줄었다. 이씨는 매일 아침 발표되는 신규 확진자 수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확진자가 늘면 다시 문을 닫게 될 수 있어서다.
이씨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있는 기분”이라며 “코인노래연습장은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킬 수밖에 없어서 일반음식점보다 더 안전하다. 국민 모두가 납득할 형평성을 갖춘 방역정책이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사진·글=권현구 기자 stow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