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렬 지지층만 보는 與… 26% 참여 대표성 논란

입력 2020-11-03 04:00

더불어민주당이 권리당원 80만여명 중 21만1804명(26.4%)이 참여한 전 당원 투표에서 18만3509명( 86.6%)의 찬성표를 받아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최종 결정했다. 민주당은 “전 당원 투표 결과 압도적 찬성을 보였다”며 당헌의 성공적 개정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민감한 사안마다 전 당원 투표를 전가의 보도처럼 앞세우고 있음에도 투표율은 과거 30%대에서 20%대로 내려앉았다. 당 지도부가 민감한 사안에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18만명 안팎의 극렬 지지층에게 기대어 결정을 내리면서 정당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2일 “전 당원 투표 결과 찬성 86.6%, 반대 13.4%로 집계됐다”며 “당 지도부 결정에 대한 당원들의 전폭적 지지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3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 개정을 완료한 뒤 선거기획단을 발족할 예정이다.

하지만 앞서 실시했던 전 당원 투표와 비교해볼 때 다소 낮은 투표율을 보여 소수 권리당원이 과잉 대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2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투표는 21만1804명이 참여했다.

지난 3월과 5월 각각 실시한 비례대표 연합정당 추진 전 당원 투표(24만1559명·30.6%), 더불어시민당 합당 투표(17만7933명·22.5%)는 모두 24시간 동안 진행됐다. 투표 시간을 30%나 늘렸지만 3월 투표에도 못 미쳤고, 5월 투표보다도 4.1% 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결국 이번 투표는 전체 권리당원의 4분의 1가량인 친문 강성 당원들이 참여해 ‘압도적인 찬성’ 결과를 보여줬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비례대표 연합정당 추진, 더불어시민당 합당, 재보선 특례 규정 개정 등 정치사에 드문 이벤트마다 당 지도부가 책임지는 모습 대신 18만명 안팎의 친문 당원들에게 반복해 손을 내민 셈이다.

당 관계자는 “비례연합정당은 총선 직전의 위기감이 반영돼 상대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보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표율 26%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재보선에 후보를 내야 한다는 권리당원들의 위기의식이 느껴졌다”고 강변했다.

투표가 당규에 어긋나 무효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규에 전 당원 투표의 경우 3분의 1 이상 투표가 있어야 결과가 확정된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어서다. 민주당은 “이 조항은 권리당원의 청구로 이뤄지는 투표에 관한 것”이라며 “이번 건은 지도부가 모바일 투표 플랫폼을 이용해 당원들의 의견을 직권으로 묻는 절차였지 의결 절차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야당은 연일 민주당을 맹비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이름으로 피해자들에게 3차 가해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현대판 4사5입 개헌 시도인가. 투표 성립 요건인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민주당은 공당으로서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비판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도 “피해자들에 대해 어떠한 반성도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