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떨어지는 환율… 이번에 ‘달러예금’으로 갈아타볼까?

입력 2020-11-03 19:22

우량주 위주의 주식 투자를 주로 하던 직장인 A씨(28)는 최근 원·달러 환율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원화 가치가 떨어졌을 때는 1300원 가량이었는데, 어느새 1130원대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A씨는 “달러는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만큼 환율이 하락했을 때 분산투자 차원에서 달러를 사두려고 관련 예·적금 상품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급락해 1130원대까지 떨어지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달러 투자’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환율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3월 19일 연고점 1285.7원보다 150원 가량 하락한 상황이다. 다만 달러화 약세가 길어질 수 있고,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또 한 번 급락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는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의 지난달(22일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551억2200만 달러로 올해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41억 달러 가량 오른 금액이고, 1월 말(426억8200만 달러)과 비교하면 124달러 이상 증가했다. 달러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적립해놨다가, 출금하거나 만기가 되면 원화로 돌려받는 금융 상품이다.

은행권은 달러 가치가 떨어졌을 때 미리 달러를 사 예금해두는 기업과 환차익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의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금과 함께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등 해외 주식을 사들이는 개인 투자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점도 달러예금 증가의 원인 중 하나다.

다만 현재 달러예금의 금리는 낮은 편이다. 시중은행의 만기 12개월 달러 정기예금 금리는 최근 연 0.1% 이하다. 연초만 해도 연 1%대였으나, 저금리 기조의 영향을 받아 수시입출금식 예금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이처럼 은행 예금을 이용해 달러에 투자할 수 있다. 일부 은행에선 외화적금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일달러 외화적금’은 출시 한달여 만에 계좌가 1만3000개 가량 기록했다. 그간 하나은행이 출시한 외화적금 상품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판매되고 있다. 해당 상품은 가입 기간은 6개월이고, 매월 최대 1000달러까지 횟수 제한 없이 납입할 수 있다. 5회까지 분할 인출도 가능하고, 가입 이후 1개월이 지나면 수수료 없이 달러로 바로 찾을 수도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급락할 때마다 가입자 수가 늘고, 추가 납입을 하는 기존 고객 역시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환율 추이에 대해선 많은 추측이 나오고 있으나, 리스크 헷지(위험회피)와 분산투자 차원에서 가입하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은 최근 원화·외화 패키지 상품을 가입하면 교차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신상품 ‘NH주거래우대외화적립예금’을 출시했다. 기존 NH주거래우대적금(원화) 가입 고객이 NH주거래우대외화적립예금도 가입하면 0.1% 우대 금리를 제공한다. 10달러 이상 자유롭게 넣을 수 있고, 가입 기간은 12개월이다. 이달 말까지 입금·지급 거래 시 환율우대가 90%까지 적용된다.

증권사를 통한 달러 투자도 가능하다. 유안타증권은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을 고객이 달러로 매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매도해 달러로 원금과 이자를 받는 단기 금융상품인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을 판매하고 있다. 이자 수익률은 연 0.2%이나, 향후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주식 투자자들 입장에선 미국 주식을 싸게 사들일 수 있는 때라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외화 보험의 경우 ‘환테크(환율 재테크)’ 상품으로 접근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있다. 외화 보험은 달러 등으로 보험료를 내고, 만기 보험금도 달러로 받는 상품이다.

금융 당국은 외화 보험 판매가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환율과 금리 변동 시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며 최근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외화 보험은 보험금 지급 시점이 특정돼 있어,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가 아니면 소비자 입장에선 환율 변동에 대처할 방법이 없어 환테크 상품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외화보험의 경우 보험기간은 5년, 10년에 달한다. 외화보험 수입보험료는 2017년 3230억원에서 지난해 9690억원으로 3배 가량 늘었다. 올해 상반기 수입보험료는 7575억원이다. 현재 보험사 10곳에서 21종의 달러 및 위안화 보험이 판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 약세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추가 급락은 발생하기 힘들다고 전망하고 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130원대에 들어선 건 미 정부의 경기부양책 타결 기대감으로 달러의 약세가 이어졌고, 위안화는 뚜렷한 강세를 보인 점이 주효했다”며 “최근 원화는 달러보다 위안화에 크게 연동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다만 최근 환율의 가팔랐던 하락 속도를 감안하면 추가 급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창섭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까지 완만한 달러화 약세를 예상하고 있다. 환율의 추가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라면서도 “다만 향후 위안화 가치와 미 대선은 달러화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가운데 누가 당선되더라도 달러 가치가 약세를 띨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바이든 후보는 친환경 정책에 2조 달러(약 2270조원)를 투입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그가 당선되면 미·중 마찰이 이전보다 경감되면서 위안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오 연구원은 “미국의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경기부양 정책을 선호해 달러화 약세 정책을 용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