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부인에도… 야, 서울시장 구인난에 ‘유승민·오세훈·안철수’ 차출론

입력 2020-11-03 04:02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인물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에서 대권 잠룡 차출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이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등판하거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정치적 명분과 대권 도전 등을 이유로 손사래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서울·부산지역 중진들과 연쇄 회동을 하고 본격적인 선거 모드에 돌입했다.

오 전 시장 측은 이날 “대선으로 직행하겠다는 결심은 변하지 않았다”며 “내년 서울시장 보선 출마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오 전 시장은 지난달 22일 김무성 전 의원이 주도하는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에 강연자로 나서서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유 전 의원도 이달 중 서울 여의도 태흥빌딩에 마련한 사무실 개소식을 열고 대선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반문 야권 단일 후보로 계속 거론되는 안 대표도 서울시장 출마에 선을 그으며, 대선 도전 의지를 피력해 왔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중량감 있는 후보를 내지 않는 이상 서울시장 보선에서 필패한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당 관계자는 “대선을 치른 경험이 있는 유 전 의원이나 안 대표 정도가 나서야 하는 선거”라며 “오 전 시장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출마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 사람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이 서울시장 보선 출마를 소극적으로 만들고 있다. 일단 2022년 대선에 도전장을 던진 마당에 서울시장으로 선회할 정치적 명분을 찾기 어렵다. 또 서울시장 보선에서 패할 경우 사실상 정계 은퇴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부담이 있다.

설사 서울시장 보선에서 승리해도 시장 임기에 발이 묶이면서 1년 후 열리는 2022년 3월 차기 대선 도전은 불가능해진다. 대선 주자로 뛰어온 이들이 굳이 체급을 낮추면서 임기 1년짜리 서울시장에 도전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이날 부산지역 중진들과는 오찬을, 서울지역 중진들과는 만찬을 가졌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선 준비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석이다.

김종인(오른쪽 두 번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부산지역 중진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경험이 가장 많은 사람이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조경태 서병수 하태경 의원, 김 위원장, 김도읍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부산지역 중진 오찬에는 서병수 조경태 김도읍 하태경 의원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오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경험이 가장 많은 사람이 부산시장 보선 후보가 돼야 한다는 얘길 나눴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중진들은 ‘경선이 가급적 콤팩트하면 좋겠다’고 건의했고, 김 위원장은 ‘10명 이상이 한꺼번에 경선을 치를 수 없으니 단계를 나눠 공천관리위에서 후보를 추린 뒤 경선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저녁엔 권영세 박진 의원, 김성태 김용태 나경원 이혜훈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서울지역 원내외 중진과 막걸리 회동을 했다. 참석자 대부분이 자천타천으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만큼 김 위원장이 이들의 출마 의사를 직접 확인해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헌 김동우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