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은 2일 경기도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창립 51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별도의 메시지도 없었다. 창립 50주년이었던 지난해를 제외하고 이전 기념식 때도 메시지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이날 상황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오는 19일 이병철 창업주 추도일에서는 이 회장 별세 후 첫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추도식 후 사장단 오찬에서 “선대회장님의 사업보국 이념을 기려 우리 사회와 나라에 보탬이 되도록 하자”며 “지금의 위기가 미래를 위한 기회가 되도록 기존의 틀과 한계를 깨고 지혜를 모아 잘 헤쳐 나가자”고 했다.
삼성 내부에선 이 부회장의 승진 시기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병석에 누운 뒤 이미 6년 이상 이 부회장이 삼성을 거의 이끌어오지 않았느냐”며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봤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5월 이 부회장을 대기업집단에 대한 동일인(총수)으로 변경한 바 있다.
이건희 회장은 부친 이병철 창업주 별세 후 13일 만에 회장직에 올랐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8년 5월 구본무 회장 작고 후 한 달 만에, 최태원 SK 회장은 1998년 부친 최종현 회장 별세 후 일주일 만에 회장직을 이어받은 전례도 있다.
다만 현재 이 부회장이 받고 있는 재판 상황이 변수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경영 측면에서만 보면 (이 부회장의 승진이) 빠를수록 좋겠지만 재판이나 국민 정서 등 고려할 부분이 많아 시점을 잡기가 어려워 보인다. 이는 결국 삼성에 주어진 숙제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회장 공백기가 길어지면 직원 사기에 영향도 있고 책임 경영 측면을 보더라도 적절한 시기에 승진을 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재계에선 국정농단 사건 재판 선고 이후 승진 가능성을 관측하는 시각도 있다.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은 이전 사건을 고려할 때 수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국정농단 사건은 파기환송심이기 때문에 이르면 내년 초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한편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창립 기념식에서 “우리에게 내재한 ‘도전과 혁신의 DNA’를 계승 발전시키고 지혜와 힘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이 회장님이 남기신 도전과 열정을 이어받아 업계의 판도를 바꿔 나가는 창조적인 기업으로 진화하자”고 말했다. 행사는 코로나19로 김현석 대표, 고동진 대표 등 최소 인원만 참석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