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운명 ‘201611 온라인 정보보고’ 판단에 달렸다

입력 2020-11-03 00:09
“‘201611 온라인 정보보고’는 댓글 순위 조작 범행의 도구로 이용된 킹크랩 프로그램의 개발 필요성 및 그 주요 내용을 설명한 것이다.”


김경수(사진) 경남도지사의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지난해 1월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의 사무실인 ‘산채’를 방문해 댓글 순위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본 뒤 개발 및 운용을 허락했다는 공소사실에 쐐기를 박은 판단이었다.

김 지사의 공소사실을 입증할 CCTV 등의 직접적인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1심은 김 지사 수행비서의 2016년 11월 9일자 구글 캘린더에 저장됐던 산채 방문 일정, 킹크랩이 같은 날 오후 8시7분15초~8시23분53초 작동한 로그 기록, 김 지사에게 킹크랩 시연을 했다는 김씨 일당의 공통된 진술 등 간접 정황을 고려했다.

‘201611 온라인 정보보고’ 문건은 1심이 여러 정황 증거를 묶어 유죄 결론에 이르게 한 핵심 연결고리였다. 이 문건에는 김씨가 이끌던 ‘경공모’ ‘경인선’ 같은 조직 소개와 함께 킹크랩 개발·운용 내용이 적힌 ‘KingCrab<극비>’이라는 대목이 포함됐다. 이 문건은 김 지사가 산채에 방문한 11월 9일 오후 4시55분에 인쇄됐고 오후 5시2분에 최종 수정됐다.

1심은 “이 문서(201611 온라인 정보보고) 외에 김동원이 피고인에 대한 브리핑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1심은 이를 전제로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여 킹크랩 개발 및 운용을 허락했다’는 김씨 진술을 인정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함상훈)도 온라인 정보보고 문건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김 지사 측은 이 문건을 본 적이 없고, 브리핑과 무관한 김씨 일당의 간부회의 자료일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김 지사 측은 특히 문건에 대한 김씨 일당의 진술이 뒤바뀐 점을 강조한다. 김씨는 당초 김 지사의 산채 방문일자를 2016년 10월로 판단했는데, 온라인 정보보고 문건에 11월 8일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관련 기사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브리핑 자료가 아니라는 입장을 취했었다. 그런데 김 지사의 방문일자가 그해 11월 9일로 확정되자 김씨는 온라인 정보보고로 브리핑을 한 게 맞는다고 말을 바꿨다.

김 지사 측은 김씨와의 문자 내역에서 ‘킹크랩’이란 단어가 언급된 적이 없는 점도 유의미하게 본다. 김씨는 측근을 오사카 총영사로 임명해 달라고 부탁했다가 2018년 1월 거절당한 후 김 지사와 사이가 나빠졌다. 김 지사 측은 김씨가 효과적으로 압박하려 했다면 처음부터 킹크랩을 내세웠어야 하는 게 상식적이라는 입장이다. 킹크랩 시연은 김씨가 뒤늦게 꾸며낸 시나리오라는 취지다.

김 지사 측은 특검이 지난달 결심에서 재현한 ‘킹크랩 시연’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김씨는 킹크랩을 시연하면서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실제 법정에서는 해설 없이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봤다. 재판장조차 “아무 설명 없이 시연을 한 게 맞느냐”고 반문한 것을 김 지사 측은 유리한 신호로 해석한다.

김 지사의 항소심 선고기일은 오는 6일 열린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온라인 정보보고 문건에 대한 판단이 바뀌면 공소사실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