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2일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결정하며 ‘책임 정치’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기존 당헌을 전 당원 투표로 뒤집은 것에 비판 여론이 일자 “당원의 투표권을 제한한 과잉금지 조치를 해소한 것”이라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유권자의 선택권을 존중해 드리는 것이 공당의 책임 있는 자세”라며 “철저한 검증과 공정한 경선으로 가장 도덕적이고 유능한 후보를 찾아 유권자 앞에 세우겠다”고 말했다. 집권 여당으로서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하는 것이 책임 정치의 일환이라는 취지다.
다만 이 대표는 “당원 뜻이 모아졌다고 해서 시정 공백과 보궐선거를 초래한 잘못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며 “서울·부산 시민과 국민 여러분, 그리고 피해 여성께 거듭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도부 일각에선 애초부터 ‘무공천 당헌’이 과도한 조치였다는 주장도 내놨다. 신동근 최고위원은 “정치는 결단하고 책임지고 선거로 평가받는 것인데, 기존 당헌은 이를 과잉금지했다”며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당헌을) 고쳐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투표로 치르게 된 대선과 보궐선거에 야당이 후보를 냈던 일을 거론하며 “도의만 따졌다면 당시 홍준표, 나경원 후보도 출마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강변했다.
여성 지도부를 중심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여당 지도부이기 전 한 여성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원들 죄라면 잔인한 선택을 강요받은 것밖에 없다”며 “모든 비판은 지도부만을 향해 달라. 비난도 분노도 실망도 표로 심판받겠다”고 했다.
그러나 야권은 “(민주당이) 책임 정치를 자기 손으로 내팽개친 것”이라며 비판했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진정한 반성은 책임 정치를 약속했던 기존 당헌을 지키는 것으로만 가능하다”며 “지금 민주당 행보는 기득권의 오만함으로 읽힐 뿐”이라고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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