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언택트, 새로운 기회

입력 2020-11-03 03:0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우리는 이전에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지진해일처럼 갑자기 밀어닥칠 변화의 파고를 어떻게 넘어갈 것인가.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이 시기에 교회의 출발점을 되돌아보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초대교회는 오늘날 우리가 처한 것보다 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살았다. 당시 사람들에게 복음은 그렇게 매력적이지 못했다. 그들은 신앙 때문에 박해를 받았고 목숨을 내놓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 시기 아이러니하게도 교회는 엄청난 부흥을 경험했다. 지금도 그렇다. 교회의 미래에 관한 전망은 대부분 암울하다. 하지만 코로나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2~3세기에도 두 번에 걸친 전 세계적 팬데믹이 있었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사회 시스템도 완전히 무너졌다. 당시 지식인과 종교지도자들은 재앙이 던진 시대적 질문 앞에 대답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교회는 팬데믹이 던진 시대적 질문에 대답할 뿐만 아니라 감염된 환자들을 헌신적으로 돌봄으로써 그리스도의 사랑을 세상에 보여줬다.

안타까운 것은 두 번의 팬데믹 기간에는 교회의 현존(presence)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고 사람들이 혼란 속에서 교회의 현존을 원했는데, 지금은 교회의 부재(absence)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교회는 혼돈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초대교회가 걸어간 길을 되돌아보면서 혜안을 발견해야 한다.

초대교회는 모이기를 힘썼다. 성전에서도 집에서도 모였다. 모임을 통해 성도들은 서로를 보며 그리스도인의 삶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배웠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며 세상에 있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은 다른 삶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한 훈련을 받았다.

지난 몇 달간 교회는 초유의 경험을 했다. 비대면으로 전환되는 시기에 우리는 ‘대면과 비대면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온라인 교육은 보조재다. 온라인을 통해 오프라인으로 이끌고 오프라인은 다시 온라인으로 확장되는 선순환의 고리를 형성해야 한다. 주중에는 부모와, 주일에는 교사들과 대변·비대면을 통한 신앙교육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주중에 받은 교육을 주말에 함께 나누고 체험할 수 있는 확장 주일학교 개념을 적용해야 한다. 주일은 교회교육의 시작이자 완성이다.

오프라인 교육의 장이 교회라면 온라인 교육의 장은 가정이 돼야 한다. 그 핵심은 부모다. 과거에는 자녀교육이었지만, 지금은 부모교육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와 학원에 머물던 아이들이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코로나가 가져온 이 변화를 아이들이 신앙 안에서 올바로 설 수 있는 교육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최근 기독교교육에서도 ‘교사-학생’의 교수형 패러다임 대신 ‘신앙공동체-문화화’ 패러다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신앙공동체-문화화 패러다임이란 한 개인의 신앙은 신앙공동체 안에서 문화화를 통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즉 교육의 주체가 교사 개인으로부터 공동체로 확장되는 것이다. 한 아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신앙 형성도 그렇다. 교회에서 배운 것을 가정과 공동체에서 습관화시켜 삶 속에서 실천하게 해야 한다.

기독교 변증가 CS 루이스는 저서 ‘영광의 무게’에서 “재난은 문제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면이 빛을 말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로 그동안 감춰진 한국교회의 많은 문제가 겉으로 드러났다. 어쩌면 이 문제는 코로나로 인해 발생한 게 아닐지 모른다. 그동안 성장이라는 그늘에 숨겨져 있었던 것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뿐일 수 있다.

교회는 다시 소수의 자리로 가야 한다. 고난 속에서 소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나아가 믿음의 공적인 측면을 재확인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모이기 어려운 이 시기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다시 복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라영환 교수 (총신대 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