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권 ‘똘똘한 한 채’ 지키는 관료들, 이게 솔선수범인가

입력 2020-11-03 04:03
청와대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 보유 문제가 어렵사리 해소되니 이제는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는 게 문제로 떠올랐다. 청와대는 1일 차관급 12명에 대한 인사를 발표하면서 모든 내정자가 현재 1주택이거나 곧 1주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주택자 배제가 고위 공직자 인사의 새 기준으로 정착된 셈이다. 그러나 2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새로 임명된 차관급 대다수(10명)가 수도권 1주택자이며, 이 중 4명은 세종시 아파트를 처분하고 서울 강남 등 수도권의 집을 지킨 것으로 드러났다. 세종에 주로 근무해야 하는 관료들이 세종 집을 팔고 더 똘똘한 수도권의 한 채에 집중한 것이다. 이것이 정부가 의도한 고위 인사들의 솔선수범인가. 이런 처신은 부동산 투기 억제에 도움이 안 될 뿐더러 어떻게든 똘똘한 한 채를 챙기는 게 ‘장땡’이라는 인식만 널리 퍼지게 만들 뿐이다. 특히 문재인정부 시작부터 청와대에서 국토교통비서관을 맡아 부동산 정책에 관여해 오다 이번에 국토교통부로 돌아온 윤성원 1차관은 강남 아파트를 남기고 세종 아파트를 팔았다. 이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 담당자가 이랬다는 것은 결국 정부가 뭐라 해도 강남 집값은 안 떨어진다는 세간의 믿음을 강화시킬 게 뻔하다.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정책으로 해결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다 보니 고위 공직자의 솔선수범이라는 이벤트로 민심을 달래려 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효과를 내기는커녕 ‘눈 가리고 아웅’ 식 행태들이 국민들의 울화나 냉소만 키웠다. 지난여름 청와대 참모들에 대한 다주택 처분 권고는 지지부진함 속에 역풍을 불렀고, 국무총리가 지시했던 정부 부처 고위 공직자 다주택 처분 지시는 확실히 이행되지 못한 채 유야무야 넘어가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세난민에 합류했다가 겨우 탈출했다는 소식으로 한동안 조롱거리가 됐다. 이처럼 씁쓸한 장면들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