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예산’ 의무지출 비중 2년 연속 감소 이유 “세금 감소에 대한 착시현상”

입력 2020-11-03 04:08
한번 편성하면 줄이기 힘들어 ‘눈덩이 예산’으로 불리는 의무지출 비중이 2년 연속 감소했다. 그러나 세금 감소에 대한 ‘착시’이며 예산이 급증할 수 있는 복지 지출은 그대로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국회는 4일부터 555조8000억원의 ‘2021년 예산안’을 본격적으로 심의한다.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의무지출은 267조3000억원으로 48.1%를 차지한다. 의무지출은 근거와 요건이 법령에 명시돼 좀처럼 줄이기 힘들다. 복지, 지방재정, 인건비 지출 등으로 향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예산으로 불린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증가하던 의무지출 비중은 2019년 51.0%를 찍은 후 올해(49.9%)와 내년(48.1%)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의무지출 비중 감소 배경엔 경기 부진이 있다. 정부가 저성장과 코로나19에 긴급 대응하기 위해 산업·중소기업·사회간접자본(SOC) 등의 재량지출 예산을 크게 늘린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금이 덜 걷혀 의무지출 비중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의무지출의 하나인 지방이전재원은 내국세 수입에 비례한다. 내국세 총량이 적어지면 의무지출인 지방이전재원 규모도 같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16~2019년 전년 대비 연평균 12.9%씩 증가하던 지방이전재원은 내년 -2.6% 감소할 예정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29일 ‘2021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최근 의무지출 비중 감소 현상은 세입 여건 악화에 따른 의도치 않은 효과”라고 밝혔다.

예정처에 따르면 경직성이 강한 복지 분야 의무지출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복지 분야 의무지출 규모는 119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 증가했으며 내년 증가율도 9.9%(131조5000억원)이다.

예정처는 “세입 여건이 변해 지방이전재원이 다시 증가하면 총지출 대비 의무지출 비중은 또 커질 수 있다”며 “현재 상황을 구조적인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