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자립 위해 ‘마중물 1억원’… 비전의 주인공은?

입력 2020-11-03 03:06
황명환 수서교회 목사(오른쪽 다섯 번째)와 비전위원들이 1일 서울 강남구 교회 회의실에서 ‘자립대상교회 자립을 위한 1억원 지원 수익사업 공모 제9차 회의’를 시작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스킨스쿠버 자격증이 있는 목사님이 있었습니다. 가난한 섬마을에서 목회하는데 자립을 위해 잠수 기술로 해산물을 채취했지만, 물량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때 도심의 교회들이 어획용 배를 지원해 주셔서 섬마을 교회가 확실한 자립의 길로 나아갔다고 합니다. 하나의 사례지만 배를 구입하는 이런 식의 일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봅니다.”(변호사 C집사)

“수입 지출 항목이 너무 추상적입니다.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구체적 작성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수익이 나려면 판로가 있어야 하는데 어디다 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입니다. 시설물 설치나 토지 매입 등 기반시설 지원에는 신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기업 임원 K집사)

주일인 1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수서교회(황명환 목사) 2층 회의실에선 난상토론이 진행됐다. 수서교회 비전위원회 소속 성도 8명과 담당 교역자가 함께한 ‘자립대상교회 자립을 위한 1억원 지원 수익사업 공모 제9차 회의’가 열린 자리였다. 수서교회는 지난 9월부터 연간 예산 3000만원 미만 작은 교회의 자립을 돕는 수익사업 공모전을 진행 중이다. 전체 34개 지원교회 가운데 1차로 추린 11곳에서 이날 또다시 5곳을 세 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가려냈다. 경영 컨설턴트, 대기업 임원, IT기업 대표,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비전위원회는 이달 하순 교회 5곳을 일일이 현장 방문해 심사를 이어간 후 다음 달 성탄절에 3년간 1억원을 지원하는 자립대상교회 1곳을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영호남 농어촌에 있는 5곳 교회는 모두 주민 이탈과 인구 고령화로 마을은 물론 교회 존립도 어려운 형편이었다. 목회자가 성도들과 함께 각각 친환경 우렁이 양식, 고구마 농장 운영, 재래식 간장·된장 제조, 절임 배추 가공, 누룽지 도토리떡 생산 등을 이어가며 자립을 위해 온몸으로 뛰고 있다. 앞서 수서교회 당회는 ‘자립대상교회의 자립 프로젝트’ 전개를 결정하며 성명을 통해 그 취지를 이렇게 밝혔다.

“우리 교단에는 3300여개의 자립대상교회가 있습니다. 이들을 위해 교단 동반성장위원회는 매년 160억~200억원의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벌써 16년 넘게 지속했지만, 결과는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곳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교회들이 어려운 교회를 도와줄 힘을 앞으로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보다 더 나은 방법이 필요하며, 자립하는 교회가 이제는 생겨나야 합니다.”

수서교회는 이와 별도로 13년째 추수감사절 전후로 ‘농어촌 직거래 장터’를 열고 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온라인으로만 장터를 진행하는데 19개 농어촌교회의 150여 품목을 판매 중이다. 농어촌 목회자들이 직접 성도들과 땀을 흘려 수확한 먹거리만 판매할 수 있다. 농어촌 목회자들은 초창기 텐트 만드는 기술로 사역한 사도 바울처럼 사역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수익을 모색하고, 수서교회는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지체로서 돌보는 일을 함께하는 것이다.

황명환 수서교회 목사는 “우리가 우리 것을 주는 게 아니다. 하나님이 수원지이고 우리 교회는 흘려보내는 웅덩이일 뿐”이라며 “뜻있는 개인과 힘 있는 교회들이 자립대상교회의 자립을 위한 마중물 역할에 동참하는 역사가 일어나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