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홍남기의 K부동산·K증시

입력 2020-11-03 04:08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경제 최대 화두인 부동산 및 증시 문제에서 요새 최고의 이슈 메이커다. 경제부총리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돋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책 판단 미스와 아집 등으로 국민 신뢰도가 바닥이라는 평으로 회자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홍 부총리는 현 부동산 정책이 얼마나 모순되고 황당한지를 몸소 보여줬다. 경기도 의왕시 아파트와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을 갖고 있던 홍 부총리는 정부의 다주택 처분 방침에 따라 의왕 아파트를 팔기로 했다. 그런데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버틴 데다 계약 만료를 앞둔 서울 마포 전셋집의 경우 주인이 실거주하겠다며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전세 난민이 될 뻔하다 돌연(?) 의왕 세입자가 입장을 바꿔 한숨을 돌렸다.

개정 임대차법이 없었다면 있을 수 없고, 법 시행 이후에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뻔한 후유증을 외면하다 정작 자신이 총괄한 정책의 부메랑을 맞았다. 이 정도면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상식인데 그럴 생각은 없어 보인다. 하긴 대통령이 “임대차 3법을 조기에 안착시켜 전세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한 마당에 홍 부총리가 뭘 할 수 있겠나 싶다.

더욱이 보도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위로금까지 지급했다. 정책 부작용을 해소해야 할 최고 책임자가 일종의 뒷돈으로 일을 처리했다는 것은 도덕적 해이나 다름없는 심각한 문제다. 최근 홍 부총리가 반짝 경기 실적에 “경제 정상화를 위한 회복 궤도에 진입했다”고 기뻐하자 네티즌들은 “너나 잘하세요”라고 비꼬았다. 부총리 체면이 말이 아니다.

대주주 과세도 마찬가지다. 기재부는 내년 4월부터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여당의 우려에도 ‘공평과세’ 취지와 과거 당정 간 약속에 따라 원칙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론에 좌우되지 않겠다는 의지 같은데 사실 그 소신은 매번 쉽게 꺾였다. 전 가구 재난지원금 지급을 반대한 것도, 주식 양도차익을 2000만원까지 공제키로 한 것도, 대주주 과세 가족합산 방침도 포기 혹은 후퇴했다. 여당이 내년 지자체 보궐선거를 앞둔 마당에 수백만 개인투자자의 반발을 살 대주주 3억원 요건도 유예 혹은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의 고집은 그래서 의아하다.

경제적 관점으로 봐도 정부 방침은 납득하기 어렵다. 우선 지분율 25% 이상이 대주주 기준인 외국인 투자자와 형평에 맞지 않는다. 이론적으로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80조원가량 갖고 있어도 양도세를 안 낸다는 얘기다. 2023년부터 5000만원이 넘는 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이 부과되는 마당에 대주주 기준까지 낮추는 것은 이중과세로 볼 수 있다. 공평과세 운운 말고 “재정이 어려우니 세금 좀 더 걷겠다”고 말하는 게 차라리 솔직해 보인다.

그의 가장 큰 실책은 소신을 펼 때와 유연함을 보일 때를 오판한 것이다. 경제전문가로서 이념적이고 반시장적인 임대차법에는 직을 걸고 반대하고 대주주 과세 부분은 심사숙고했어야 했다. 그런데 엉뚱하게 정반대 태도를 취했다. 후과는 혹독했다. 전세난은 19년 만에 최고 수준이며 부총리 본인은 동학개미 약 20만명에게 해임 청원을 당했다.

K방역은 비록 완벽하지 않지만 보건 당국이 국민과의 소통, 철저한 분석, 감염 확산 전후의 빠른 대응을 통해 위상이 높아졌다. 홍 부총리가 이끈 K부동산과 K증시의 평가는 지금 물어보나 마나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에 대한 통찰 없이 청와대에 언제까지 휘둘릴 건가. 경제 수장이 국민에게 조롱 당하는 것은 한국 경제에도 마이너스다.

고세욱 경제부장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