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 평검사 공격, 무서워 댓글도 못 단다” 분노 확산

입력 2020-11-02 00:02 수정 2020-11-02 00:02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9일 제주도 제주시 이도1동 제주스마일센터에서 열린 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앉아 있다. 추 장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함께 최근 검사들의 집단반발 움직임을 비판하는 취지의 글을 SNS에 계속 올리고 있다.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사들의 집단반발은 평검사에 대한 ‘좌표 찍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묵묵히 일하는 일선 검사까지 ‘개혁 대상’으로 겨냥하면서 그간 축적돼온 현장의 분노가 폭발했다는 것이다. 추 장관의 행보에 따라 댓글 릴레이를 넘어선 추가적인 반발 움직임이 터져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가 올린 검찰 내부망 글에 달린 실명 댓글은 230건을 넘어섰다. 추 장관이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를 겨냥해 ‘커밍아웃하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비판하자 ‘나도 커밍아웃한다’는 항의성 댓글들이 달렸다. 검찰에서는 월말 사건 처리에 바빴던 검사들이 댓글 릴레이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댓글 230여건은 전체 검사 2100여명 중 10% 정도에 해당한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결코 적지 않은 수치라는 평가다. 적극적으로 댓글을 달지 못했을 뿐 문제의식에는 대부분의 검사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방에 근무하는 한 평검사는 “함께 댓글을 달자는 얘기도 많이 나왔지만 정권이 무서워 더 참여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직 장관이 대놓고 평검사를 공격하는데 무슨 일을 당할지 어찌 알겠느냐”고 말했다.

그동안 추 장관과 검찰의 갈등은 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특수통’ 간부들 간에 이뤄져 왔다. 이번 집단 반발에는 일선 평검사들 및 형사·공판부 검사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일선 검사들은 추 장관의 ‘검찰 개혁’으로 검찰의 정치적 독립이 크게 훼손됐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검찰 개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잇단 수사지휘권 발동과 인사 보복 등 개혁 방향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특히 이 검사가 올렸던 비판 글에 추 장관이 ‘이 검사의 과거 수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식으로 공개 저격하면서 반발이 들불처럼 커졌다는 평가다. 추 장관은 앞서 이 검사가 피의자의 접견·교통권을 전면 제한했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공유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 검사가 추 장관을 비판한 것과 과거 수사의 잘잘못이 무슨 관련이 있느냐”며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지적했다. 일개 평검사가 비판을 했다고 과거를 들추는 것은 고위 공직자로서도 부적절한 행위라는 것이다.

이 검사가 수사했던 사건 피의자는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수사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결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언론 보도 후 국정감사에서도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법무부와 검찰에서 감찰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서울 지역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검사에게 불만을 갖는 피의자가 전국적으로 한두 명이 아니다”며 “수사에 문제가 있었다면 고쳐야겠지만 이번 정권 들어 피의자 말만 듣고 수사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갈등이 당장 평검사회의 등 ‘검란’ 수준의 집단행동으로 표면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추 장관이 이 검사에 대한 감찰 지시 등을 할 경우 반발이 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최근의 검란은 2012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둘러싼 갈등 끝에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이 퇴진한 사태가 있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검사들이 이번 기회에 의견 표명을 한 차례 한 것”이라며 “더 얘기를 해봤자 추 장관이 눈 하나 깜짝 안 할 것이라는 체념도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허경구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