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사들의 집단반발은 평검사에 대한 ‘좌표 찍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묵묵히 일하는 일선 검사까지 ‘개혁 대상’으로 겨냥하면서 그간 축적돼온 현장의 분노가 폭발했다는 것이다. 추 장관의 행보에 따라 댓글 릴레이를 넘어선 추가적인 반발 움직임이 터져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가 올린 검찰 내부망 글에 달린 실명 댓글은 230건을 넘어섰다. 추 장관이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를 겨냥해 ‘커밍아웃하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비판하자 ‘나도 커밍아웃한다’는 항의성 댓글들이 달렸다. 검찰에서는 월말 사건 처리에 바빴던 검사들이 댓글 릴레이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댓글 230여건은 전체 검사 2100여명 중 10% 정도에 해당한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결코 적지 않은 수치라는 평가다. 적극적으로 댓글을 달지 못했을 뿐 문제의식에는 대부분의 검사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방에 근무하는 한 평검사는 “함께 댓글을 달자는 얘기도 많이 나왔지만 정권이 무서워 더 참여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직 장관이 대놓고 평검사를 공격하는데 무슨 일을 당할지 어찌 알겠느냐”고 말했다.
그동안 추 장관과 검찰의 갈등은 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특수통’ 간부들 간에 이뤄져 왔다. 이번 집단 반발에는 일선 평검사들 및 형사·공판부 검사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일선 검사들은 추 장관의 ‘검찰 개혁’으로 검찰의 정치적 독립이 크게 훼손됐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검찰 개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잇단 수사지휘권 발동과 인사 보복 등 개혁 방향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특히 이 검사가 올렸던 비판 글에 추 장관이 ‘이 검사의 과거 수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식으로 공개 저격하면서 반발이 들불처럼 커졌다는 평가다. 추 장관은 앞서 이 검사가 피의자의 접견·교통권을 전면 제한했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공유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 검사가 추 장관을 비판한 것과 과거 수사의 잘잘못이 무슨 관련이 있느냐”며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지적했다. 일개 평검사가 비판을 했다고 과거를 들추는 것은 고위 공직자로서도 부적절한 행위라는 것이다.
이 검사가 수사했던 사건 피의자는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수사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결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언론 보도 후 국정감사에서도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법무부와 검찰에서 감찰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서울 지역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검사에게 불만을 갖는 피의자가 전국적으로 한두 명이 아니다”며 “수사에 문제가 있었다면 고쳐야겠지만 이번 정권 들어 피의자 말만 듣고 수사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갈등이 당장 평검사회의 등 ‘검란’ 수준의 집단행동으로 표면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추 장관이 이 검사에 대한 감찰 지시 등을 할 경우 반발이 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최근의 검란은 2012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둘러싼 갈등 끝에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이 퇴진한 사태가 있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검사들이 이번 기회에 의견 표명을 한 차례 한 것”이라며 “더 얘기를 해봤자 추 장관이 눈 하나 깜짝 안 할 것이라는 체념도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허경구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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