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심판론’ 이어질까… 경합주 코로나 폭증, 막판 변수

입력 2020-11-02 00:07
지난 28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유세에서 지지자들이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빽빽이 모여 트럼프를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대선 경합주 13곳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해 대선 직전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선 것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심판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3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경합주로 분류되는 13개 주에서 지난 2주간 코로나19 환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대선 승패를 결정지을 핵심 경합주라는 평가를 받는 북부 러스트벨트 3개 주(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와 남부 선벨트 3개 주(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도 포함됐다.

정치분석기관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선 막판까지 접전을 펼치고 있는 13개 주에서 일주일 평균 신규 확진 사례가 지난 16일 기준 2만3000건에서 30일 기준 3만3000건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2주 만에 45%나 급증한 것이다.

NYT 집계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30일 기준 2499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해 일일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같은 날 미시간과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각각 3434명, 2812명으로 하루 기준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 플로리다와 위스콘신에서는 지난 9월부터 일일 신규 환자가 폭증해 5000명을 넘어선 상태고, 애리조나 역시 지난 9월 중순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30일 미 전역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처음으로 10만명을 돌파했다.

WP는 “대선 직전 모든 경합주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팬데믹은 거의 끝났고, 더 이상의 봉쇄는 필요하지 않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무력화시키는 반박할 수 없는 증거”라고 전했다.

경합주의 코로나19 확산은 막판 추격전을 펼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방역 문제는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합주 위스콘신에서는 트럼프의 코로나 대응에 대한 지지 여론이 지난 3월 51%에서 이달 들어 41%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율 분석 전문가인 얀 레일리 아메리칸대 정치학과 교수는 “팬데믹을 둘러싼 얘기가 늘어날수록 민주당 지지층 투표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WP는 “코로나 감염 위험성이 커지면서 경합주 유권자들의 경우 바이러스에 노출되기보다 투표를 피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당일 현장투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트럼프 측으로서는 불리한 전망이다.

CNN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기관 SSRS의 23~30일 경합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가 미시간과 위스콘신주에서는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8~12% 포인트 우위를, 애리조나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개 주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승리를 거뒀던 곳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일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확률을 4%로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가 매일 갱신하는 미 대통령 당선 예측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의 당선 확률은 96%에 달했다.

러스트벨트에서 바이든의 예상 승률은 위스콘신 97%, 미시간 98%, 펜실베이니아 93%로 집계됐다. 트럼프 지지세가 오르며 대접전 상태로 접어든 선벨트에서도 바이든의 승률은 플로리다 73%, 노스캐롤라이나 70%, 애리조나 74%로 우위를 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