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정치적 고비 때마다 전 당원 투표를 통해 윤리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4·15 총선 당시 위성정당 논란부터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까지 그동안의 입장을 뒤집는 결정을 ‘당원의 뜻’이란 명분을 빌려 강행하는 양상이다.
전 당원 투표가 소위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라)식 절차에 그치면서 당원 의사를 당 지도부의 책임 회피에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의 공세가 계속되자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겨냥해 ‘탄핵당하고도 대선에 후보를 낸 것부터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년 재보선 공천에 대한 전 당원 투표 결과를 발표한다. 당 관계자는 1일 “찬성률이 70% 안팎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주당은 곧바로 당무위·중앙위원회를 통해 당헌 개정 작업에 착수하고 공천 실무 준비에도 돌입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앞서 4·15 총선을 앞두고 비례연합정당 참여 결정 당시 전 당원 투표를 우회로로 활용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미래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탈법과 반칙, 의석 도둑질을 막아야 한다”며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친문 지지층이 결집하며 권리당원 78만명 중 24만명이 참여해 사상 최고치의 투표율(30.8%)을 기록했고, 74.1% 찬성으로 가결됐다. 당시 이해찬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찬성을 받들겠다”며 당이 앞장서서 개정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의 취지를 뒤집었고, 4·15 총선은 거대 양당의 ‘비례대표 나눠먹기’로 전락했다.
이같이 민주당에서 당원 투표가 반복되는 상황에 대해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당내 치열한 논쟁을 벌인 뒤 투표를 하는 게 아니라 (찬성으로) 다 몰고 간 뒤 투표를 실시한다”며 “목적 달성을 위해 민주주의를 악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권도 연일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고성군수 발언’을 언급하며 “정치가 아무리 권모술수라지만 이렇게 일구이언, 후안무치해도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2015년 10월 새누리당 전임 군수의 선거법 위반으로 경남 고성군수 재선거가 열리게 되자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당시 “새누리당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후보를 내지 말아야죠”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의 공천 추진은 피해자에 대한 3차 가해”라며 공천 철회를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중대한 잘못으로 보궐선거가 열릴 경우 공천하지 않는다’는 민주당의 당헌이 문 대통령 시절 도입된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당헌 개정에 대한 입장을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도 민주당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김종철 대표는 “지도부가 당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고 유감”이라고 말했다. 류호정 의원도 “집권당이 ‘내로남불’의 덫에 제 발로 들어가고 있다”고 직격했다.
야당이 계속 공격하자 민주당 신영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은 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을 야기하고도 조기 대선에서 뻔뻔하게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꿔 대통령 후보를 공천했다”며 “두 전직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을 망친 과오에 대해 사죄부터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양민철 김동우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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