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검사들 집단 반발 부른 추 장관의 가벼운 처신

입력 2020-11-02 04:03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를 개혁 대상으로 공개 지목하는 듯한 내용의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린 데 대해 일선 검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최재만 춘전지검 검사가 추 장관을 비판하며 지난 29일 검찰 내부망에 게시한 글에는 실명 댓글 수백건이 달렸다. 이 검사는 전날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추 장관의 검찰 개혁에 대해 “근본부터 실패했다”며 “인사권·지휘권·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검사는 이 검사의 인식에 공감하면서 “정권에 순응하지 않거나 비판적인 검사들을 검찰 개혁에 반발하는 세력인 양 몰아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백명의 검사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법무부 장관 비판에 동조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이 평검사들로까지 확산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검사들의 비판은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 있지만 전적으로 옳다고 볼 수는 없다. 검찰 개혁에 대한 반발심이 근저에 깔려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평검사들의 집단 반발은 추 장관의 가벼운 처신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거듭된 지휘권 발동, 편가르기로 느껴질 수 있는 검찰 인사 등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상황에서 특정 평검사를 지목해 공격의 화살을 겨눴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SNS에 자신을 비판한 이 검사에 대한 과거 부정적인 기사를 링크하고 “커밍아웃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적었고 31일에도 재차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일선 검사를 특정해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처신이다.

검찰 개혁은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과제다.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분산하고 민주적 통제 장치를 갖춰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수사의 독립성 보장도 개혁의 중요한 한 축이다. 일선 검사들의 반발을 살 수 있는 감정적이고 거친 대응으로 검찰 개혁의 동력을 스스로 약화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