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 내부 염증, 자주 충혈·통증… 미국 실명 환자의 10∼15% 달해
일반인 잘 몰라 제때 치료 못받아… 20∼30대에도 발병률 높아
치료 힘들고 재발, 방치 땐 실명… 증상 없어도 연 2회 검진 받아야
일반인 잘 몰라 제때 치료 못받아… 20∼30대에도 발병률 높아
치료 힘들고 재발, 방치 땐 실명… 증상 없어도 연 2회 검진 받아야
30대 직장인 한모씨는 얼마 전부터 한쪽 눈이 자주 충혈되고 아프기도 했다. “피곤해서 그렇겠지…” 생각하며 참았지만 통증이 점점 심해지면서 시력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처음엔 안구건조증이나 단순한 결막염으로 생각하고 인공 눈물과 안약만 넣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안과를 찾았고 안구 내부 조직에 염증이 생긴 ‘포도막염’ 진단을 받았다.
시력 손실을 일으키는 대부분의 눈 질환은 보통 노화에 따른 것이지만 포도막염은 노화와 상관없이 찾아온다. 평균 발병 연령이 한씨처럼 사회생활을 활발히 하는 35세 정도다.
미국에선 실명을 위협하는 질환 5위에 올랐고 실제 미국 내 실명 환자의 10~15%가 포도막염에 의한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반면 국내에선 아직 인지도가 낮아 검증되지 않는 정보들이 인터넷에 넘쳐나고 조기 검진과 관리, 치료에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인지도 낮고 잘못된 정보 많아
이에 한국포도막학회는 오는 11일 ‘눈의 날’을 맞아 올해 처음 ‘포도막염 바로알기’ 대국민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온라인 건강강좌(15일 오후 2시)를 개최한다. 학회장인 함돈일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2일 “포도막염은 실명까지 부르는 심각한 안과질환이지만 일반인이 잘 몰라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젊은층의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포도막염은 안구의 중간층에 해당되는 홍채, 모양체, 맥락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생긴 모양이 포도껍질과 비슷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포도막은 혈관이 풍부하고 주변 조직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수정체, 유리체, 망막 등으로 염증이 잘 번진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포도막염이 안구 내부에 발생하는 염증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포도막염은 크게 세균이나 곰팡이, 기생충(개회충 등) 감염에 의한 것과 자가면역 이상, 종양, 외상, 수술 등에 의한 비감염성 원인으로 구분된다. 육체적 피로나 심한 스트레스도 영향을 주는 걸로 알려졌다. 2018년 이뤄진 포도막학회 연구에 의하면 국내에선 매년 1만명당 17.3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연령별로는 20·30대에도 높은 발병률을 보였다. 국내 7개 종합병원 진단 환자 분석결과 80% 이상이 비감염성 원인에 속했다.
포도막염은 발생 위치나 심한 정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대표적 증상은 충혈, 통증, 시력 저하다. 포도막 중 앞부분인 홍채에 염증이 생기면 통증이 심하고 충혈과 눈부심이 따른다. 중간층인 모양체와 뒤쪽인 맥락막 염증인 경우엔 증상이 없거나 시력 저하, 비문증(날파리가 날아다니는 듯한 증상), 변시증(사물이 찌그러져 보임)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이 모두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자각 증상이 거의 없는 경우도 있으므로 조기 발견을 위해선 정기 검진을 게을리해선 안된다.
통증이나 충혈 등 주된 증상 때문에 결막염이나 안구건조증과 헷갈릴 수 있다. 일반 유행성 결막염의 경우 눈 이물감이나 가려움증, 눈부심, 눈곱, 통증, 충혈 등이 발생한다.
아주대병원 안과 송지훈 교수는 “포도막염의 주된 증상이 결막염 증상과 일부 겹치지만 포도막염에는 이물감과 가려움증은 거의 없다. 또 결막염 충혈이 대체로 흰자위 전반에 발생한다면, 포도막염은 검은 눈동자(각막) 주변으로 특히 심한 충혈을 보이며 분비물이나 이물감 같은 증상 보다는 안구 자체에 통증이 생기거나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등의 시력 저하가 더 흔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각막과 결막에 수분이 부족해 생기는 안구건조증은 눈이 따갑거나 시리다. 포도막염은 안구건조증이나 결막염 보다 치료가 어렵고 치료가 늦으면 영구적으로 시력을 잃을 수 있다. 염증이 반복적으로 생겨 그 자리에 흉터가 남으면 앞이 뿌옇게 보이기도 한다.
누네안과병원 망막센터 유용성 원장은 “포도막 염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백내장, 녹내장, 망막박리, 황반부종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재발 잦고 치료 잘 안돼
포도막염은 치료가 잘 되지 않고 재발이 잦다. 이 경우 하라다병이나 베체트병, 강직성척추염 등 면역과 관련된 전신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강직성척추염 환자의 약 40%, 베체트병 환자의 60~80%에서 포도막염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베체트병이 원인인 포도막염의 경우 실명 위험이 20%에 달한다. 따라서 이때는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6개월에 한 번씩 안과검진을 받는 게 좋다. 과로 음주 흡연 등 염증을 악화시키는 생활습관을 삼가고 면역력을 높이는 운동, 채소섭취, 휴식 등에 신경써야 한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포도막염 역시 안구 손상 및 시력저하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감염성 원인의 포도막염일 경우 항생제나 항진균제, 항바이러스제 등을 사용해 원인균을 제거하는 치료를 하면 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비감염성인 경우 스테로이드 성분의 점안약, 안구 주사, 먹는 약 등을 사용해 염증을 줄인다. 전신 면역질환을 동반할 경우 면역억제제를 쓰기도 한다.
다만 1차 치료제로 주로 쓰이는 스테로이드는 단기간에 염증을 감소시킬 수 있지만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므로 장기간 사용하기는 힘들다. 최근 재발이 잦은 난치성 포도막염 환자들에게 기존 방법 보다 효과가 좋고 부작용은 비교적 적은 생물학적 주사 치료제(휴미라)도 사용 가능해졌다. 휴미라는 비감염성 포도막염 치료에 허가받은 유일한 생물학적 약물이다. 실명 위험이 있거나 약물 합병증이 심한 경우 효과를 볼 수 있다.
송지훈 교수는 “포도막염은 발생 원인과 증상이 다양하고 결막염 등으로 오인되기도 쉬워 조기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평소 증상을 잘 알아두고 의심되는 징후가 있으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신 질환과 관련된 포도막염은 완치가 잘 안되고 재발이 잦은데, 이런 경우에도 적극 치료하면 증상 완화와 시력 보존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치료를 포기하거나 소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And 건강]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