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는 생명”… 센 언니들이 떴다

입력 2020-11-02 03:01
여성청년 커뮤니티 센(saint)언니 김기영 팀장이 31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태아 인권의 중요성을 알리는 팻말을 들고 있다. 센언니 제공

‘말 못 하는 태아를 대신해 이야기하러 나왔습니다. 저도 살고 싶어요.’ ‘생명을 기다리는 기쁨이 사라지지 않으면 좋겠어요.’

3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분홍색 점퍼 부대가 떴다. 고깔모자를 쓴 여성청년 커뮤니티 ‘센(saint)언니’ 회원들은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팻말을 들며 ‘헬로 베이비’ 거리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들은 ‘프레이 포 베이비’(pray for baby)라는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끼고 ‘헬로 베이비’ 스티커가 붙은 초코파이를 시민들에게 나눴다. 신생아를 연상시키는 인형을 보여주며 주수별 태아의 모습을 알리고 사회·경제적 사유가 인정되면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정부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해 시민들과 의견을 나눴다.

센언니는 아기의 탄생을 환영하는 축하행사 ‘베이비 샤워’처럼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문화적 방법을 활용했다. 청년 금식기도 운동을 하는 네트워크 ‘그리스도의 계절’에 소속된 센언니가 주최한 행사에 21명이 참석했다. 이중엔 남성청년들도 있었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김수정씨는 “90%의 시민들은 태아의 소중함을 인정하는 느낌이었고 10% 정도는 굉장히 냉담한 반응이었다”며 “한 명이라도 태아가 생명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캠페인은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동규씨는 “시민들은 우리 이야기에 무신경한 것처럼 보였지만 팻말을 본 뒤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다”고 했다. 이용석씨는 “낙태 합법화 반대의 본질이 생명 그 자체에 있음을 어떻게 알리고 가르칠지 더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같은 시간 충남 홍성 성은장로교회 청년들도 홍성의 명동 거리에서 이 캠페인을 진행했다. 센언니는 다른 장소에서도 이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도록 마스크 등을 나누고 진행 방법을 공유했다.

센언니는 지난 8월 말 ‘거룩함을 추구하는’ 여성청년 커뮤니티로 시작됐다. ‘그리스도의 계절’에서 활동하던 33세 동갑내기인 최가슬 김기영씨가 만들었다. 이들은 그리스도의 계절에서 토요일마다 ‘성과 가정, 여성’이라는 주제를 놓고 기도하면서 여성의 부르심과 사명을 생각했다.

센언니는 그동안 ‘세계관과 여성이 보는 차별금지법’ ‘페미니즘과 젠더이야기’ ‘한국여성주의 과거와 현재’ 등을 주제로 한 아카데미도 진행했다. ‘센언니 살롱’을 통해 여성청년들이 교류할 수 있는 문화 모임도 진행했다.

센언니 팀장인 김기영씨는 지난 29일 서울 동작구 총신대에서 인터뷰를 갖고 “‘너는 말 못 하는 자와 모든 고독한 자의 송사를 위하여 입을 열지니라’(잠 31:8)는 말씀에 감동해 ‘핼러윈 데이’기도 한 31일에 생명의 귀중함과 태중의 아기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리스도의 계절’ 대표인 최가슬씨는 “이번 캠페인이 다른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도전을 주는 도화선이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