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듣겠다”… ‘聽’ 쓰며 소통하는 중직자 다짐

입력 2020-11-02 03:03
서울 모자이크교회 임직자들이 1일 교회에서 종이에 한자로 ‘들을 청(聽)’ 자를 쓰고 있다.

서울 모자이크교회(박종근 목사) 예배당에 모인 임직자들이 1일 이의용(교회문화연구소장) 장로의 인도를 따라 종이에 한자로 ‘들을 청(聽)’ 자를 썼다. 이날 교회는 각각 6명의 안수집사와 권사, 3명의 명예권사 등 15명에게 봉사의 직무를 맡기는 임직식을 진행했다. 임직식은 안수집사와 권사, 장로 등을 선거로 선출한 뒤 임명하는 행사를 말한다.

한 임직자가 ‘청’ 자를 쓰는 모습.

지난 1월 임직자를 정한 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 차례 임직식을 연기하다 사회적 거리두기기가 1단계로 하향조정되자 이날 행사를 진행했다. 이 장로가 ‘들을 청’ 자를 쓰게 한 건 ‘소통하는 중직자’가 되라는 뜻이었다. 말하기에 앞서 먼저 들어야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보통의 임직식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보통 노회 임원들이 설교와 축사를 한 뒤 담임목사와 함께 임직자들에게 안수기도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임직의 의미를 살리기보다 의례에 방점을 찍은 행사를 하는 셈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모자이크교회는 특별한 임직식을 준비했다. 임직자 교육부터 색달랐다. 박종근 목사는 “임직식을 할 때마다 중직자를 찍어내듯 배출하는 게 안타까워 처음으로 이런 임직식을 준비했다”면서 “임직 대상자 교육과정부터 짜임새 있게 구성했고 교인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무엇보다 교회 중직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5명의 임직자들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앤드루 머레이의 ‘순종’, 테리 홀의 ‘성경 파노라마’ 같은 책을 읽었다. 서울 마포구 양화진외국인묘원도 순례했다. 대학교수들이 진행하는 소통법, 조직신학과 기독론, 교회사 수업에도 참여했다.

임직자 훈련에서 교회가 가장 큰 비중을 둔 건 지난달 25일 열린 ‘임직 전 콘서트’였다. 임직자와 교인이 모두 참석해 임직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였다. 이날 설교와 찬양은 모두 임직자들이 준비했다. 교역자들은 예배자로 참여했다. 콘서트에서 임직자들과 교인들은 서로에게 당부하는 메시지를 전했고 이를 경청했다.

박 목사는 “임직자들과 교인들이 모두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의식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특별한 예배에 참여한 이들이 눈물을 쏟으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임직식의 본래 의미를 살리는 뜻깊은 임직식이 다른 교회들로 퍼져 나가길 소망한다”고 바랐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