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바이든, 누가 이득인가… 갈림길 한국 경제 [스토리텔링 경제]

입력 2020-11-02 00:12
오는 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 결과가 가져올 파장에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대선은 단순한 남의 나라 선거가 아니다. 한국으로서는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한반도 문제뿐 아니라 경제·통상 정책, 환경·에너지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 ‘메가톤급’ 파장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4년 전 ‘트럼프 당선’ 반면교사 삼는 당국

정부와 경제·산업계는 4년 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던 아찔했던 기억을 되새긴다. 당시 국내외 충격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가뿐히 뛰어넘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선거 당일부터 급격한 환율 변동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정부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대외경제장관 회의를 열고 미 대선에 따른 시장 동향과 영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각 분야 전문가들과 국책연구기관도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였다.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경제부의 이규환 과장은 1일 “당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자체가 예상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에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았다”며 “당선이 확정되고 나서야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방향을 분석하느라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 경제에 끼친 영향도 만만치 않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자국우선주의·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며 세계 교역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했고, 미·중 갈등이 심화됐던 탓에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경제·산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모두 염두에 둔 대응책을 정부가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미 대선 이후 미국의 정책 변화를 포함해 여러 요인을 살펴보고 있다. 소위 ‘카운트다운’ 일자가 다가올수록 점점 더 긴박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 파트를 중심으로 언론 보도와 연구 보고서 등을 보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양 후보가 됐을 상황 모두를 균형 있게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미국이 우리의 제일 중요한 파트너니까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철저히 대비 중”이라고 말했다.

미·중 갈등, 환경·에너지 이슈 갈림길

이번 미 대선의 특징은 두 후보 모두 국내 이슈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국 경제가 망가져 있는 상황이어서 두 후보 모두 어떻게 이를 회복시킬지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 선거 결과보다는 다소 간접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나마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는 단연 미·중 갈등 이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산업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 분석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현재 미국과 중국 간 패권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관련 보고서에서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미국 중심의 가치사슬 복원과 탈중국화 등 두 후보의 공통된 산업정책에 대한 중국의 대응과 그에 따른 추가적인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오히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한국이 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바이든 후보는 대중(對中) 정책에서 전통적 우방과의 연합·공조를 중시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 중심의 우방국 공조그룹 참여 요청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이 현실적으로 해당 요청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

서진교 대경연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온 것을 이어가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 후보가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줄이라고 압박할 것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다른 교역국으로 수출 다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환경·에너지 문제 측면에서도 정부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 후보가 집권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했던 파리 기후협정 재가입을 시작으로 각종 기후변화 억제를 위한 국제 공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8일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던 만큼 우리 정부도 미국 중심의 기후변화 억제 국제 공조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긍정적으로 보면 국내 에너지업계가 미국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바이든 후보가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정책에 강조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국내 기업들의 환경 규제 준수 부담이 커지는 것은 우려할 만한 지점이다. 한은 조사국 국제경제부 이규환 과장은 “전기차산업 같은 부문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산업 전반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등 (환경 규제 강화에 대한) 대응이 미흡한 부분이 있다. 대응을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 재선 시에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재점화될 가능성을 빼놓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며 주한미군 감축을 압박했다. 반대로 바이든 후보 당선 시 방위비 분담금 분담 문제는 가라앉을 수 있다. 바이든 후보는 앞서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주한미군 철수 협박으로 한·미동맹을 갈취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기 때문이다.

세종=신재희 이종선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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