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 고삐 죄는 최태원 회장… 차기 상의 회장 수락하나

입력 2020-11-02 04:02
사진=연합뉴스

SK그룹 8개사가 재생에너지로 전력 수요 100%를 대체한다는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국내 최초로 가입한다. 이로써 최태원(사진) SK 회장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도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최 회장이 SK그룹 차원이 아닌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것을 두고 재계 일각에선 차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 수락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1일 SK에 따르면 SK주식회사,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SK브로드밴드,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8곳은 2일 한국 RE100위원회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한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발전된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이 2014년 시작했으며 현재 구글과 애플, GM, 이케아 등 전 세계 260여개 기업이 가입해 있다.

8개사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및 한국전력과 계약하고 재생에너지를 공급받는 ‘제3자 전력구매계약’, 한전에 프리미엄 요금을 지불하고 전력을 구매하는 ‘녹색요금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지분 투자 등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은 회사 단위 가입 조건에 따라 이번에 가입은 못 하지만 RE100과 동일한 수준의 목표를 세워 실행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2018년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친환경 전환을 위한 기술개발 등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하라”고 언급하는 등 그룹 사업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요소 중 하나로 ESG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아울러 최 회장은 최근 ‘기업이 사회적 책임 이상의 공감과 감수성을 갖추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새로운 규칙’이라는 점을 설파하고 있다. 지난 30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제7회 21세기 인문가치포럼’에서 “우리 기업들이 덩치를 키우고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시선도 있지만 부정적 인식 역시 컸던 게 사실”이라며 “기업인으로서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있으며, 큰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을 두고 최 회장이 차기 대한상의 회장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에 따르면 내년 3월로 임기가 끝나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최 회장에게 차기 회장직을 맡아 줄 것을 제안했고, 최 회장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